책꽂이 미는 아이

 


  작은아이가 헌책방에서 책꽂이를 밀며 논다. 두 겹으로 된 책꽂이 가운데 바깥쪽 것을 밀며 논다. 되게 무거운 책꽂이인데 작은아이가 용케 잘 민다. 삼십 분 넘도록 책꽂이를 이리 밀고 저리 밀며 논다. 훗. 너는 아니? 네 누나도 너만 한 나이에 이렇게 놀았어. 네 누나는 너희 어머니 아버지랑 헌책방마실을 다닐 때마다 책꽂이를 이리저리 밀고 책탑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팔힘을 길렀단다. 너도 네 나름대로 팔힘을 기르고 다리힘을 기르렴. 너는 네 나름대로 헌책방마실을 즐기렴. 굳이 책을 꺼내어 읽어야 책방마실이지는 않아. 책이 있는 터를 즐기고, 책과 함께 지내는 삶을 누리면 책방마실이야. 책꽂이를 만지작거려도 책놀이가 되고, 책을 살살 쓰다듬으며 아이 예쁘구나 말할 줄 알아도 책방마실이야. (4345.10.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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