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판 책읽기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 우체국에 다녀온다. 두 아이 모두 재채기를 하기에 천천히 달린다. 천천히 달리다가도 곧잘 선다. 곧잘 서서 누런 벼가 무르익는 들판을 바라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논둑길에서 자전거를 멈춘 다음 두 아이를 내린다. 두 아이더러 걷거나 달려서 가자고 말한다. 아이들은 가을 들판 논둑길을 마음 놓고 달린다. 작은아이 콧물이 많이 흘러 얼마 못 달리고 다시 태우고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살짝이나마 가을 들판을 함께 거닐며 달리는 동안 온몸에 가을내음이 스민다.


  벼내음을 맡고 풀노래를 듣는다. 볕내음을 쬐고 하늘노래를 듣는다. 봄이나 여름처럼 들새와 멧새가 숱하게 날아다니지는 않으나, 가을은 가을대로 환하고 따스한 빛살이 곳곳에 찬찬히 스민다. 파랗게 빛나는 하늘에 구름이 몇 조각 없어도 덥지 않은 날이다. 하늘에 살몃살몃 퍼지는 구름조각은 들판 빛깔을 머금으며 조금 노랗다. (4345.10.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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