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는 옷

 


  늘 입는 대로 입는 옷이다. 스스로 살아가는 대로 입는 옷이다. 나는 다른 사람 눈치를 살피며 옷을 입지 않는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결에 맞추어 옷을 입는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옷을 입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저렇게 바라보기를 바라며 저렇게 옷을 입지 않는다.


  나는 처음부터 고무신을 신지는 않았다. 다만, 양말과 운동신을 신으며 살아가던 때에는 발바닥에 땀이 많이 차고 힘들다고 느꼈는데, 서른 살짝 넘은 나이에 시골에서 처음 살림을 꾸리면서 고무신을 한 번 신고 보니, 내 몸에 참 맞는구나 싶어, 이때부터 고무신을 신는다. 게다가 고무신 한 켤레 값이 되게 싸다. 신기에도 벗기에도 가장 낫고, 고무신 차림은 발을 퍽 자주 씻고 해바라기를 시킬 수 있으니 매우 마음에 든다.


  혼자 살아가던 때에는 언제나 책방마실을 다녔기에 가방이 큼지막하고 무거워 단출한 옷차림이었다. 깡똥바지에 민소매 웃옷을 입었다. 아이들을 낳고 나서는 아이들 옷가지를 늘 챙기며 다니니, 가방에 책을 넣지 않아도 으레 큼지막하고 무겁다 싶은 가방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자가용을 안 굴리고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몰거나 군내버스를 타며 돌아다니니까, 내 차림새는 예나 이제나 똑같다.


  고마운 이웃한테서 아이들 옷가지를 얻어 물려입힌다. 이런저런 행사 자리에서 옷을 얻어 나와 옆지기 옷가지를 삼는다. 옷을 장만하는 데에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내 살림살이에서 어떤 옷을 어떻게 입는가 하는 대목은 하나도 대수롭지 않으니까, 따로 옷값을 마련하지 않고, 옷값을 쓸 일이 없으며, 옷차림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아름답게 살아갈 날을 헤아리고, 즐겁게 누릴 하루를 돌아본다. 웃고 떠들 삶을 곱씹고, 사랑을 꽃피우는 꿈을 가눈다.


  내 마음에 따라 입는 옷이다. 내 삶에 따라 걸치는 옷가지이다. 내 마음은 맑은 햇살을 바라본다. (4345.10.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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