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9] 달걀밥

 

  한가위를 맞이해서 네 식구 길을 나섭니다. 아침 열한 시 십오 분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와서는, 시외버스로 갈아타서 순천 기차역에서 낮 두 시 기차를 타려 하는데, 어린 아이들이랑 짐을 꾸려 길을 나서자니 집밥을 먹기도 빠듯합니다. 기차 타기 앞서 기차역 앞 분식집에 들릅니다. 큰아이 몫으로 돼지고기튀김을 시키고, 옆지기는 찬국수를 시킵니다. 나는 ‘차림판에 적힌 오므라이스’를 시킵니다. 세 사람 밥이 나옵니다. 아버지 몫 ‘오므라이스’를 본 다섯 살 큰아이가 문득 “달걀밥이다! 나 달걀밥 먹고 싶어!” 하고 말합니다. 참말, 밥 위에 달걀을 지져서 얹으니 달걀밥이에요. 아마, 달걀을 삶아서 밥 사이에 심어도 ‘달걀밥’이라 할 테지요. 달걀을 으깨어 밥에 섞어도 ‘달걀밥’이라 할 테고요. 다 같은 달걀밥이면서 다 다른 달걀밥입니다. 달걀볶음밥이 있고 삶은달걀밥이 있어요. 달걀부침밥이 있을 테며, 달걀비빔밥이나 달걀말이밥이 있겠지요. 그러고 보면, 여느 밥집에서 일본말 ‘오므라이스(오믈렛라이스를 일본사람이 간추려 일컫는 이름)’를 씻어내고 ‘달걀밥’이라고 예쁘게 쓸 만한데, 아직 이런 밥이름을 쓰기는 힘든지 모릅니다. 어른들은 앞으로도 오므라이스라고만 말하지 않겠느냐 싶은데, 그래도 우리 아이는 이 밥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달걀밥이다!” 하고 외치겠지요. (4345.9.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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