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물뜯기

 


  날마다 뜯어 날마다 먹는 텃밭 나물을 함께 뜯는다. 이제껏 언제나 혼자 뜯었으나, 아이들이 나물을 조금 더 맛나게 먹기를 바라며 함께 뜯는다. 텃밭에 따로 무얼 심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먹을 풀이 푸른 빛깔 뽐내며 쑥쑥 돋는다. 우리 식구는 조릿대랑 후박나무 어린 줄기 빼고는 다 먹는다. 산초나무에서 떨어진 열매에서 튼 싹도 뜯어 먹는데, 산초풀은 산초열매처럼 싸아 하고 입에서 울린다. 질경이도 지칭개도 모시도 괭이밥도 까마중도 쇠비름도 다 먹는다. 돗나물은 싱그러운 잎사귀 몹시 곱기에, 돗나물 줄기를 뜯을 적마다 이처럼 고맙게 하늘이 내린 풀밥이란 얼마나 좋은가 하고 생각한다. 내가 이름을 모르든 알든, 이 풀은 내 밥이 되어 주고, 우리 식구 몸으로도 좋은 숨결이 되어 스며든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누가 따로 붙인 이름으로 알아야 할 풀은 아니다. 저마다 곱고 좋은 풀이다. 내가 이름을 알건 모르건 내 둘레 사람들 모두 고우면서 반갑다. 저마다 보금자리를 일구고 마을을 이룬다. 저마다 예쁜 삶 누리면서 지구별을 빛낸다. 내가 큰아이랑 나물을 뜯을 적에 내 이웃도 논둑이나 밭둑에서 나물을 뜯겠지. (4345.9.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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