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집과 삶과 책과

 


  1000년 살아온 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 1000년이 끄떡없다. 500년 살아온 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 500년이 끄떡없다. 100년 살아온 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 100년이 끄떡없다. 30년 살아온 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 30년이 끄떡없다.


  오늘날 한국에서 집을 짓는 이들은 어떤 나무를 베어서 집을 지을까. 오늘날 한국에는 1000년 살아온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아니, 한국에는 500년은커녕 100년이나 50년 살아온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을 만할까. 아니, 한국에는 앞으로 100년이나 500년이나 1000년 뒤를 살아갈 뒷사람이 집을 짓도록 나무를 예쁘게 건사하는 삶을 누리는가.


  1000년을 생각하며 쓰는 글은 1000년을 읽히는 책이 된다. 100년을 헤아리며 쓰는 글은 100년을 읽히는 책이 된다. 저마다 마음을 기울이는 대로 저마다 다르게 읽히는 책이 된다. (4345.9.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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