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바다에 들다

 


  가을바다는 온통 우리 차지가 된다. 자가용을 몰고 바닷가 걸상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아저씨가 한둘 드나들었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뛰놀며 모래를 만지는 사람은 나와 아이들뿐. 집부터 자전거를 몰아 발포 바닷가로 온다. 칠 킬로미터 길인데 생각보다 한결 가깝다.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이십 분이면 넉넉히 올 수 있다. 나중에 아이 어머니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넷이 달리자면 삼사십 분에 걸쳐 천천히 올 만하겠지. 발포 바닷가로 달리는 길을 지나가는 자동차도 아주 드물기에, 자전거로 다니기에도 좋으리라 느낀다. 무엇보다, 여름 물놀이철을 지난 바다는 아주 고즈넉하며 아름답다. 다만, 바다 저쪽에서 밀려 내려오는 스티로폼 조각이 널리고, 화장실을 쓸 수 없는 대목이 아쉽다. 물놀이철과 물놀이철이 아닐 적 바닷가는 시설도 다르구나.


  가을 바닷물은 살짝 서늘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오래 놀도록 하지 않는다. 조금만 물에서 뒹굴게 하고는 어찌저찌 물을 받아 모래를 씻기고는 옷을 갈아입힌다. 면소재지에서 장만한 김밥과 도시락을 먹인다. 잘 놀고 잘 먹은 아이들이 낮잠에 빠져들 만하지만, 작은아이만 잠들고 큰아이는 잠을 안 자며 버틴다. 그래도 좋다. 가을바다 한 번 누렸지? 한가위 지나고 또 함께 찾아오자. (4345.9.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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