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8] 가자

 

  아이들과 살아가며 내가 아이 앞에서건 옆지기한테건 한 마디도 한 적이 없는 말인데, 아이들이 갑자기 외치듯 말하는 때가 있습니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깜짝 놀라지만, 이내 어디에서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듣고서 외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첫째, 나는 말을 안 하더라도 옆지기가 말하겠지요. 둘째, 마을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서 들었겠지요. 셋째, 음성이나 일산 식구들한테서 들었겠지요. 넷째,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면서 들었겠지요.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 우체국에 가려 하는데, 큰아이가 자전거수레에서 “출발!” 하고 외칩니다. 나는 퍽 뜬금없다고 느낍니다. 사름벼리야, 아버지는 너한테 ‘출발(出發)’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잖니, 너는 어디에서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외치니? 처음에는 생각을 하느라 지나칩니다. ㅋ이라는 만화영화에서 이 외침말이 흐른 듯합니다. 다음날에는 이 말버릇은 안 되겠다 싶어, 큰아이가 또 “출발!” 하고 외칠 때에, 나는 앞에서 자전거 발판을 구르며 “가자!” 하고 외칩니다. “가자! 가자! 우체국에 가자!” 하고 외칩니다. 큰아이는 이윽고 아버지가 외치는 “가자!”라는 말을 따라합니다. (4345.9.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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