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씨는 얼마나 예쁠까

 


  음성 할아버지 생일에 맞추어 나들이를 했기에, 음성집에서 달력종이를 펼쳐 큰아이하고 글쓰기 놀이를 했다. 마침 음성에 왔으니까 ‘음성’이라 적고, 우리가 온 ‘고흥’을 적으며, 구월로 접어든 철이니 ‘가을’이라 적은 뒤, 아침저녁으로 시원스레 바람이 부니까 ‘바람’이라 적는다.


  다섯 살 큰아이는 아직 글을 읽지 못한다. 그때그때 소리내어 읊으며 내가 먼저 적을 때에만 알아본다. 큰아이는 아버지 글씨를 바라보며 흉내내는 글쓰기를 하는 셈이라 할 테지만, 큰아이 글씨는 아버지 글씨하고 다르다. 그리고 참 예쁘구나 싶다.


  내 어릴 적 처음 글을 익혀 글씨를 쓸 때에는 어떠했을까 궁금하다. 그무렵에도 이토록 예쁘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내 옆지기는 어린 날 글씨가 어떠했을까. 사내라 해서 글씨가 밉거나 삐뚤빼뚤이거나 엉성하리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기울이는 마음에 따라 달라지고, 쓰는 생각과 사랑에 따라 바뀌겠지.


  어느덧 스무 해째 글쓰기를 하며 살아오는 내 나날이요, 손글을 쓸 때가 퍽 많아서, 어쩌면 내 밉던 글씨가 차츰차츰 고운 글씨로 거듭나지 않았을까. 나는 스무 해 앞서 글쓰기 한길을 내 삶으로 가닥 잡으면서, 바로 오늘 이곳에서 큰아이한테 곱게 글씨를 쓰도록 이끄는 꿈을 꾸지 않았을까. (4345.9.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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