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책
큰아이가 그림책을 펼친다. 작은아이가 볼볼 기어온다. 누나가 무얼 들여다보나 저도 들여다본다. 누나가 이쪽을 보니 동생도 이쪽을 보고, 누나가 고개를 돌려 저쪽을 살피니 동생도 고개를 돌려 저쪽을 살핀다. 두 아이는 서로서로 하고 싶다. 한 아이가 사진기를 만지면 다른 아이도 사진기를 만지고 싶다. 한 아이가 무얼 먹으면 다른 아이도 무얼 먹고 싶다. 한 아이가 연필을 쥐고 무언가 그리거나 끄적이면 다른 아이도 연필을 쥐고 무언가 그리거나 끄적이고 싶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바라보며 배운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무엇을 하는가 말똥말똥 쳐다보면서 배운다. 어버이가 된 이들 또한 어릴 적 이녁 어버이한테서 모든 삶을 배웠겠지. 어버이가 오늘 읽는 책이 아이들이 앞으로 읽을 책이 된다. 어버이가 오늘 하는 일이 아이들이 앞으로 누릴 삶이 된다. 어버이가 살아가는 보금자리가 곧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보금자리가 된다. 아이들이 사랑으로 크며 꿈으로 자라도록 이끌고 싶다면, 어른들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사랑으로 살고 꿈으로 일하는 넋을 돌볼 수 있어야 한다. (4345.9.8.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