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읽는 책
작은아이는 큰아이나 두 어버이 책읽는 모습을 으레 바라보기에, 가끔 저도 책을 읽곤 한다. 큰아이가 천천히 자라며 보여주었듯, 작은아이도 어떤 글이나 그림이나 줄거리를 읽지는 않는다. 그저 책을 손에 쥐거나 무릎에 올려놓으며 즐겁게 논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읽어 줄 수도 있으며, 아이들은 저희들 혼자서 책을 무릎에 올려놓으며 놀 수 있다. 천천히 느끼고 찬찬히 생각하며 하나하나 맞아들인다. 개미를 바라보고, 거미를 바라본다. 제비와 풀벌레를 보고, 논과 밭을 본다. 나무와 멧자락을 보고, 구름과 달을 본다. 아이들은 언제나 책을 읽는다. 우르릉 쾅쾅 하고 울리는 천둥을 귀로 읽는다. 번쩍 하고 빛나는 벼락을 눈으로 읽는다. 서늘한 밤바람을 몸으로 읽는다. 몸도 마음도 책과 삶과 꿈을 읽는다. (4345.9.8.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