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밤 누리는 마음

 


  밤이 하얗습니다. 티끌 하나 없이 하얀 밤입니다. 두 차례 거센 비바람이 지나간 시골마을 밤하늘은 몹시 하얗습니다. 이제 보름이 두 차례 지나면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를 코앞에 둔 보름달은 매우 밝습니다. 저녁에 불을 모두 끄고 잠자리에 들려 해도 방으로 환한 달빛이 스며듭니다.


  아직 잠잘 생각이 없는 큰아이를 업습니다. 몸앓이를 하느라 지친 몸이지만, 큰아이를 업고 마당으로 내려섭니다. 마을을 한 바퀴 휘 돕니다. 구름 거의 없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군데군데 남은 구름은 달빛을 받으며 눈부신 보배처럼 빛납니다. 나즈막한 멧봉우리 위로도 커다란 별이 보이고 하늘 꼭대기로도 커다란 별이 보입니다. 동그란 달은 들판을 골고루 비춥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만 할 뿐 드러눕지 않은 벼가 달빛을 찬찬히 받습니다. 큰아이와 함께 들판 한켠에서 밤벌레 노랫소리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들판에서 자라는 곡식은 낮에 햇볕을 받으면서도 자라지만, 밤에 달볕을 받으면서도 자라겠구나 싶어요. 낮에는 휘잉휘잉 바람소리를 들으면서도 크고, 밤에는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면서도 크겠지요.


  다 다른 벌레들 다 다른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같은 귀뚜라미라 하더라도 다른 노랫소리입니다. 같은 방울벌레인들 다른 노랫소리입니다. 하얗고 고요한 밤을 가슴에 담뿍 안고는 집으로 들어옵니다. 큰아이 쉬를 누이고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큰아이는 이내 새근새근 잠듭니다. (4345.8.3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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