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눈빛

 


  깊은 저녁에 작은아이를 품에 안고 마당으로 나온다.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 논은 아니나, 대문 앞은 온통 논이다. 논 저 멀리 멧자락이 보이고, 멧자락 위로는 하늘이다. 하늘에는 별이 환하다. 내 눈이 덜 좋아서 더 많이 못 보지만, 저 허여멀건 줄기는 미리내일 테지. 나는 작은아이를 품에 안고 살살 어르며 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한테 가장 사랑스럽게 들리기를 바라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며 생각한다. 집에서도 이렇게 사랑스레 목소리를 가다듬고 눈길을 다스리면 훨씬 좋을 텐데. 보드라운 아버지 노랫소리를 듣는 작은아이가 품에서 좋다고 느끼면서 눈빛을 초롱초롱 빛낸다. 저 하늘을 빛내는 별을 환하게 비출 만큼 맑게 빛내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본다. 이윽고 나도 아이 맑은 눈빛을 내 가장 맑은 눈결로 추스르면서 바라본다. 내 눈빛은 아이 눈빛으로 스며들고, 아이 눈빛은 내 눈빛으로 스며든다. 아이가 골을 부려도 어버이는 사랑스레 바라볼 수 있다. 어버이가 성을 내도 아이는 활짝 웃으며 마주할 수 있다. 눈빛에 사랑을 담아 서로를 감싼다. 눈빛으로 꿈을 실어 살뜰히 어깨동무한다. (4345.8.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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