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 즐겁게 읽기
[말사랑·글꽃·삶빛 26] ‘행복’과 ‘즐거움’

 


  나는 늘 즐겁게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즐겁지 않은 일이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빨래를 하든 밥을 하든 즐겁습니다. 옷을 입든 밥을 먹든 즐겁습니다. 나는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썩 반기지 않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만, 반기지 않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장 좋아하면서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사랑스러운 일을 할 때에 가장 즐겁습니다. 가장 좋은 마음이 되어 가장 좋은 길을 걸을 때에 가장 기뻐요.


  사진을 좋아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진일기, 날마다 나를 찾아가는 길》(포토넷,2012)이라는 책을 읽습니다. 사진으로 쓰는 일기를 말하는 글을 즐겁게 읽습니다. 즐겁게 읽다가 63쪽에서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결국 내가 즐겁고 행복하려고 선택한 것 아닌가.”와 같은 글월을 봅니다. “즐겁고 행복하려고”라는 말마디를 가만히 되읽습니다. 새삼스레 국어사전을 펼칩니다. 국어사전에서 ‘행복(幸福)’은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으로 풀이합니다. 말풀이에 나온 ‘만족(滿足)’은 “(1) 마음에 흡족함 (2)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으로 풀이합니다. ‘기쁨’은 “마음에 즐거운 느낌이 있다”로 풀이하고, ‘흡족(洽足)’은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함”으로 풀이합니다. 마지막으로 ‘복(福)되다’를 찾아보니, “복을 받아 기쁘고 즐겁다”로 풀이하고, ‘흐뭇하다’는 “마음에 흡족하여 매우 만족스럽다”로 풀이합니다.


  국어사전 풀이말을 놓고 곰곰이 살핍니다. 먼저 ‘만족 = 충분함 = 넉넉함’이 됩니다. 다음으로 ‘흡족 = 흐뭇함’이 됩니다. 그리고 ‘행복 = 기쁨 = 즐거움’이 돼요.


  다시 한 번 국어사전을 뒤적여 ‘즐겁다’를 찾아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흐뭇하고 기쁘다”로 풀이합니다. 모두 돌림풀이인 셈입니다. 한국말을 한자말로 풀이하고, 한자말을 한국말로 풀이합니다. 한국말도 한자말도 다른 어슷비슷한 낱말하고 뭉뚱그리듯 ‘돌려막기’를 합니다. 다만, ‘기쁘다’는 어떠한 삶을 ‘느끼는’ 대목을 나타내기에 알맞고, ‘즐겁다’는 어떠한 삶을 ‘누리는’ 대목을 나타내기에 걸맞겠구나 싶어요.


  그나저나, ‘행복’이란 ‘복되다’를 가리키고, ‘복되다’는 ‘즐겁다’를 가리키는데, 이렇게 가리키는 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이 땅에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말을 하면서 국어사전을 살피는 사람이 있을까요. 말을 하면서 국어사전을 살피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거듭 생각하면서 말뜻과 말느낌을 헤아리는 사람이 있을까요.


  옳고 바르게 써야 하기 때문에 국어사전을 뒤적이거나 말뜻을 살피지 않습니다. 바른 말 고운 말이 아름다운 말이라서 국어사전을 찾거나 말느낌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나타내고 내 삶을 드러내는 말을 깨달으려고 국어사전을 뒤적입니다. 내 마음을 찾고 내 삶을 누리려고 말을 살피고 생각합니다.


  한번 거꾸로 생각해 봅니다. 한국말 ‘즐겁다’를 영어로 옮길 적에는 어떤 낱말로 적바림할까요. 한자말 ‘행복’을 영어로 옮길 적에는 어떤 낱말로 적을까요. 한국사람은 영국사람이나 미국사람한테 ‘기쁨-즐거움-흐뭇함’을 어떤 낱말로 들려줄 수 있을까요. ‘행복-만족-흡족’을 어떤 영어로 외국사람한테 알려줄 수 있는가요.


  즐겁게 생각하는 말입니다. 즐겁게 주고받는 글입니다. 즐겁게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즐겁게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책 한 권 즐겁게 읽습니다. 밥 한 그릇 즐겁게 먹습니다. 내 한 삶 즐겁게 누립니다. 밭뙈기에서 즐겁게 김을 맵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씻깁니다. 들바람을 쐬면서 즐겁게 자전거를 달립니다. 숲바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고개를 오르내립니다. 즐거울 때에 아름다움을 생각합니다. 즐거웁기에 사랑을 깨닫습니다. 즐거울 적에 꿈을 꿉니다. 즐거운 나머지 활짝 웃고 두 팔 벌려 서로서로 예쁘게 껴안습니다. (4345.8.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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