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빨리 읽기

 


  나는 책을 빨리 읽고픈 마음이 없다. 그렇다고 책을 느리게 읽고픈 마음이 없다. 그저 읽는 책이요, 내 삶에 걸맞게 읽는 책이다. 내 마음이 이끌리거나 내 마음이 닿을 때에는 제아무리 두툼한 책이라 하더라도 훌쩍 읽는다.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거나 내 마음이 노래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얇은 책이라 하더라도 오래도록 먼지가 쌓이도록 잊는다.


  책은 왜 빨리 읽어야 할까. 책을 빨리 읽으면 무엇이 좋을까.


  베스트셀러를 읽는다고 좋은 책읽기라고 느끼지 않는다. 스테디셀러나 이름있는 책을 읽을 때에도 썩 좋은 책읽기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책이란 내가 바라는 책을 읽을 때에 책이지, 남들이 이것 읽으라 저것 읽으라 해서 책이 되지 않는다. 내가 마음으로 바라던 책을 누군가 알려줄 수 있으나, 남이 시키거나 잡아끄는 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없다.


  내 몸이 고플 때에 먹는 밥처럼, 내 마음이 고플 때에 읽는 책이다. 내 몸을 아름답게 다스리고 싶어 알맞게 살피어 골고루 밥을 먹듯, 내 마음을 어여삐 돌보고 싶어 차근차근 헤아려 고루고루 책을 읽는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기쁜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좋은 마음으로 읽는 책이다. 이뿐 아닐까? 책을 빨리 읽는다든지 더디 읽는다든지 하는 갈래란 덧없다. 책을 많이 읽었다든지 책을 조금 읽었다든지 하는 갈래는 부질없다. 즐겁게 누린 하루라면 즐거운 삶이요, 활짝 웃으며 빛낸 하루라면 활짝 웃으며 빛내는 삶이 된다. 좋은 삶을 좋은 사랑으로 삭혀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 (4345.8.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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