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아이
잠든 아이를 무릎에 눕힌다. 한동안 부채질을 하고 어르면서 토닥인다. 깊이 잠들었구나 싶을 때에 평상으로 옮겨 누인다. 이마와 머리칼을 쓸면서 땀이 있는가 살피고, 옷자락 앞뒤를 살살 만지며 땀이 배었나 헤아린다. 땀 기운을 느끼지 않을 때에는 몇 번 살랑살랑 부채질을 하고는 조용히 건넌방으로 간다. 땀 기운을 느낄 때에는 찬찬히 사그라들 때까지 천천히 부채질을 한다. 아이 몸과 내 몸이 닿는 자리는 후끈후끈하며 땀이 밴다.
읍내 마실을 하고 돌아오는 군내버스에서 잠든 아이를 무릎에 눕힌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틀기에 아이 몸을 손닦개나 긴옷으로 덮는다. 내릴 곳이 다가오면 가방을 짊어지고 어깨에 천가방을 꿴다. 아이가 집에까지 안 깨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걷는다. 가방을 메고 들며 아이를 안은 채 걷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내가 어버이라서 그럴까. 내가 기운이 세다고 느껴서 그럴까. 잘 모른다. 다만, 아이가 새근새근 잘 자면서 아버지 품에 안겨 집에 닿은 다음, 평상에 누여서도 예쁘게 잘 잔 다음 달콤한 꿈을 누리고서 일어나면 맑은 물로 몸을 씻고 하루를 마감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4345.8.18.흙.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