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시골길

 


  시민사회신문에 실을 글을 쓰기 앞서 순천에 있는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다. 아침 열한 시 십오 분에 읍내로 나가는 군내버스를 탄다. 읍내에 닿자마자 곧장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순천으로 간다. 순천 시내에 있는 헌책방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럭저럭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다시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갈 만한데, 진주에 있는 헌책방이 자리를 옮긴다며 오늘 그곳에 다녀오시기로 했단다. 나더러 함께 가자고 하신다. 헌책방 일꾼은 어디에서나 일이 많아 이야기를 이럭저럭 나누었으나 더 깊이 나누지 못했다고 여겨, 함께 진주를 다녀오기로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길에 빈책 여러 장에 이야기를 옮겨적는다. 이렇게 함께 진주 나들이를 하기에 참말 들어야 할 이야기를 듣는구나 하고 느낀다. 그런데 진주에서 순천으로 돌아오는 길을 잘못 접어드는 바람에 경남 고성까지 갔다가 도로 진주로 돌아와서 다시 순천으로 달린다. 순천 버스역에는 저녁 아홉 시 삼십일 분에 닿는다. 마침 아홉 시 사십 분 고흥 들어가는 시외버스가 있다. 그야말로 가까스로 잡아탄다. 자리를 잡고 앉아 한숨을 돌린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구나.


  시외버스에서는 죽은 듯 산 듯 쓰러져 잔다. 시외버스가 순천을 벗어나고 벌교를 지나 고흥군 과역면에 들어설 무렵 택시기사 할배한테 전화를 건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 군내버스는 여덟 시 반이 막차. 택시를 잡아타야만 집에 갈 수 있다. 찌뿌둥한 몸으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비로소 바람다운 바람을 쐬면서 느긋하다.


  내 몸이 반기는 바람을 헤아린다. 내 마음이 좋아하는 하늘을 바라본다. 내 삶이 즐거운 터를 가만히 생각한다. 이제 집에 닿는다. 불 모두 꺼진 집에서 세 식구가 나란히 드러누워 고단히 꿈누리를 누빈다. (4345.8.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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