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을 바라보면
옆을 바라보면 들판입니다. 앞을 바라보아도 들판입니다. 오늘날 들판에는 온갖 풀약이 뿌려지지만, 푸른 빛깔 싱그러이 나부끼는 모습을 바라보며 좋네, 하고 생각합니다. 옆지기도 아이들도 나도 푸른 들판을 바라봅니다. 굳이 이곳을 바라보거나 저쪽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우리 삶터는 들판이기에 들판을 바라봅니다.
들판을 바라보며 들바람을 쐽니다. 들마음을 생각하며 들마실을 합니다. 식구들 다 함께 멧길을 오르내리며 멧바람을 쐽니다. 멧마음을 생각하며 멧마실을 합니다.
봄에는 봄바람이고 여름에는 여름바람입니다. 마을에는 마을바람이고, 나무 밑에서는 나무바람입니다. 참깨밭 앞에 서면 참깨바람이 붑니다. 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아가면서 잠자리바람을 일으킵니다. 제비는 제비바람을 일으키고, 나비는 나비바람을 일으킵니다.
스스로 보고 싶은 곳을 보겠지요. 스스로 살고 싶은 대로 살겠지요. 볏포기는 천천히 푸른 빛깔을 벗으면서 노란 빛깔을 입습니다. (4345.8.14.불.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