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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사진 2012.8
사진 편집부 엮음 / 월간사진출판사(월간지)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사진잡지 《월간 사진》 창간 46돌
[책읽기 삶읽기 113] 《월간 사진》 535호(2012.8.)
사진잡지 《월간 사진》 창간 46돌을 기리는 535호가 나왔습니다. 돌잔치야 해마다 돌아오니 딱히 남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온통 인터넷으로 이루어지는 이 땅에서 종이책으로 나오는 사진잡지가 씩씩하게 한 살을 더 먹은 대목이 반갑고 어여쁩니다.
사진잡지 《월간 사진》은 다달이 사진을 이야기합니다. 다달이 사진을 이야기하는 만큼, 아무래도 다달이 새로 마련된 사진잔치 소식을 많이 다룹니다. 달마다 새롭게 눈여겨볼 사진쟁이 삶과 발자취 이야기도 곱게 다룹니다. 잡지 끝에는 2012년 8월에 찾아갈 만한 사진잔치 소식을 그림 한 장으로 담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다만 사진잔치 소식은 거의 서울 한 군데에 몰립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서울에 이것도 저것도 다 있기’ 때문이리라 느낍니다.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면 부산 소식이나 인천 소식을 곁들일 수 있겠지요. 조금 더 마음을 쓰면 대전이나 광주 소식을 얹을 수 있겠지요. 다른 지자체에서 꾀하는 사진잔치 이야기도 담을 만합니다. 다만 작은 마을 작은 사람 작은 이야기까지 손을 뻗지는 못해요. 사진잡지뿐 아니라 시사잡지도 이런 틀에서는 서로 매한가지예요. 일간신문이든 주간잡지이든 이런 테두리로 보면 서로 엇비슷해요.
.. 나의 사진 여정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진을 통한 세상에 대한 이해를 향한 굽이치는 길을 천천히 따라가며, 제 자신의 창조적인 과정을 믿는 느린 깨달음이라 생각합니다 .. (레베카/79쪽)
사진잡지 《월간 사진》을 펼칩니다. 여러 사진밭에서 저마다 다른 눈길로 예쁘게 사진길을 걷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습니다. 여러 사진밭 여러 갈래를 골고루 보여주니 반갑습니다. 나라밖 사진쟁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고, 요즈음 눈길을 끄는 사진쟁이 이야기도 엿볼 수 있습니다. 씩씩하게 다큐사진 한길 걷는 사진쟁이 이야기도 들여다봅니다. 새로 나오는 사진기 소식도 살펴봅니다. 사진기 만드는 회사는 해마다 새로운 사진기를 예쁘장하게 빚어서 내놓습니다. 참말 무척 많은 사람들이 새 사진기를 장만하면서 새 사진을 찍겠지요. 그렇지 않고서야 새 사진기가 나올 까닭이 없을 테고, 사진잡지가 꾸준히 이어질 까닭이 없을 테지요.
.. 나한테 사진이란 ‘삶·사랑·사람’인 셈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하루를 예쁘게 돌아보는 길잡이가 되는 사진입니다. 내가 꿈꾸는 사랑을 착하게 되짚는 사진입니다. 내가 누리고픈 이야기를 즐겁게 함께 일구고픈 동무(사람)를 사귀는 사진입니다 .. (최종규/97쪽)
사진잡지를 엮는 사람들한테는 사진이 무엇일까요. 작품사진이나 예술사진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사진이 무엇일까요. 책쟁이도 사진쟁이도 아니라 하면서 사진기를 장만해서 사진을 즐기는 여느 사람들한테는 사진이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들한테는 사진이 무엇일까요. 어린이한테, 푸름이한테, 어른한테,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어쩌면 너무 마땅할 텐데, 시골 읍내나 면내에서 어깨에 사진기를 걸치고 다니는 사람을 못 봅니다. 시골 들판이나 멧골에서 사진기를 목에 걸고 일하는 사람을 못 봅니다.
도시에서는 어깨나 목에 사진기를 건 사람을 으레 만납니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사진기를 챙기는 사람을 쉽게 만납니다.
사진은 어디에서 찍나요. 사진은 무엇을 담나요. 사진은 무엇을 이야기하나요.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나요.
.. 사진과 아트는 다르지 않다. 그런데 포토그래퍼에서 아티스트라고 바꾸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 우리 사진의 펀드멘탈(기초)이나 주제가 너무 약하다. 너무 국제화만 좇아가는 건 패배의식 때문이라고 본다 … 아마추어 안에서도 이론적 피라미드가 있어, 이것을 계속 올려줘야 한다. 이 부분에 관해 사진계는 무관심한 듯하다. 평론이란 행위는 결국 사진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전공자만의 놀음이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진동선/198쪽)
삶이 예술인 사람이라면 사진도 예술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삶이 사랑인 사람이라면 사진도 사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내 손에 연필이 있으면, 내 삶이 사랑일 때에 내 글 또한 사랑이 되겠지요. 내 손에 기타가 있으면, 내 삶이 예술일 때에 내 노래 또한 예술이 될 테지요.
새벽 일찍 일어나 누런쌀을 씻어 불립니다. 오늘 하루 국거리와 반찬은 어떻게 할까 생각합니다. 빗방울 흩뿌리지 않으면 아이들과 천천히 멧길을 타고 오르는 일도 즐겁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사진기로 찍기 앞서 내 눈이 그윽하게 바라보며 마음으로 담습니다. 마음으로 담기에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잡지 《월간 사진》은 사진을 얼마나 예쁘게 어루만지며 보여줄 만한 잡지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 마흔일곱 돌, 마흔여덟 돌, 마흔아홉 돌, 쉰 돌을 맞이할 때에는 어떠한 삶과 사랑을 어떠한 사진으로 그러모아 나눌 수 있을까요. (4345.8.11.흙.ㅎㄲㅅㄱ)
― 월간 사진 535호 (2012.8./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