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손과 마음

 


  개구지게 노는 아이들은 손이고 발이고 낯이고 몸이고 흙빛을 닮든 무엇을 닮든 까매집니다. 먼지가 묻고 때가 타며 갖가지 것을 손이나 발이나 낯이나 몸에 묻힙니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스스로 만지고 굴리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자빠지고 하면서 큰다지요. 어디 좀 지저분해지면 씻기면 됩니다. 다치거나 찢어지거나 할 것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참말 홀가분하게 놀거나 뒹굴거나 달리다가 시원한 물을 듬뿍 뿌리면서 씻도록 하면 돼요.

  나도 어린 날 온통 흙투성이가 된 손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땀을 훔친 흙손을 옷섶에 슥 문지르며 닦았어요. 땀을 훔친 흙손에 침을 묻혀 무언가를 하고, 이런 손으로 밥을 먹고, 이런 손으로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이런 손인 줄 잊은 채 스르르 잠들기도 했어요.


  스스로 만지니 스스로 깨닫습니다. 스스로 하니 스스로 압니다. 스스로 겪으니 스스로 살아갑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삶을 누리면서 앎이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삶을 빚으면서 꿈이 어떠한가를 그립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삶을 빛내면서 사랑이 얼마나 맑거나 예쁜가를 느낍니다. (4345.8.1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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