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아이들 어머니가 이틀 밤을 바깥에서 자면서 마음닦기를 하러 갔다. 아버지가 두 아이를 홀로 맡아 돌보면서 이틀 밤을 보내야 한다. 나는 혼자서 두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는지 잘 못 돌볼는지 모른다. 나는 그저 그동안 두 아이와 살아온 결을 헤아리면서 이 아이들하고 예쁘게 놀며 사흘을 보낼 생각을 한다. 다만, 여느 때와 달리, 내가 빨래하는 동안 옆지기가 아이들하고 어울릴 수 없고, 내가 밥하는 사이 옆지기가 아이들을 달랠 수 없다. 오직 나 혼자 모든 집일과 집살림을 건사하면서 아이들하고 놀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야 한다.


  내 마음에는 두려움도 없고 걱정도 없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나도 웃고, 아이들이 울면서 나도 울겠지. 좋은 햇살은 천천히 기울어 차츰 시원한 저녁이 된다.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들한테 주전부리를 내어주면서 물을 먹이고 부채질을 해 준다. 이제 슬슬 아이들과 들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노을빛을 구경해 볼까 싶다. 좋은 하루가 시나브로 저물고, 좋은 새날이 찬찬히 찾아오리라. (4345.7.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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