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개미
마당에 자리를 깔고 손님이랑 마주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파리가 자꾸 들러붙으니 파리채로 신나게 파리를 잡는다. 잡은 파리는 돗자리 바깥으로 톡톡 밀어낸다. 서른 마리 즈음 잡았다 싶을 무렵, 마당 돗자리 바깥에 깔린 파리 주검이 하나둘 줄어든다고 느낀다. 파리채질을 살짝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니, 파리 몸뚱이보다 조금 작은 까만개미가 파리를 두 팔로 꽉 쥐고는 어디론가 끌고 간다. 좋은 먹이가 이렇게 있으니 여기저기에서 까만개미가 여럿 나와 기어다닌다. 저마다 파리 주검을 하나씩 끌면서 ‘마당 청소’를 해 준다.
집에서도 파리를 신나게 잡는다. 옆지기는 파리를 ‘잡기만’ 하고, 비질을 해서 치우지 않을 때가 있다. 파리 주검이 때때로 방바닥을 굴러다닌다. 그런데, 나도 깜빡 지나치는 바람에 파리 주검을 그대로 두고 나면, 몇 시간 지나고 나서 파리 주검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어느 날 방바닥을 비질하다 보니, 구석퉁이에 있느라 알아보지 못하고 못 치운 파리 주검을 쓸려 하는데, 이 파리 주검에 잔뜩 달라붙던 아주 작은 개미들이 와아 하면서 흩어진다. 옳거니, 집안에서는 또다른 개미들이 좋은 먹이가 나왔다며 파리 주검을 잘게 썰어서 나르는구나. 너희들이 가장 깨끗하고 가장 멋진 청소 일꾼이로구나.
그러고 보면, 밥을 먹다가 밥알을 흘리든 무얼 떨어뜨리든 하면, 밥상 밑으로 개미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흘린 밥’을 주워 가느라 부산을 떨기도 한다. 재미있는 벗이요 고마운 이웃이다. (4345.7.24.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