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책읽기

 


  무궁화 꽃송이는 살몃 부는 바람에도 떨어지고, 살짝 듣는 빗방울에도 떨어진단다. 꼭 서른 해 앞서, 내 국민학교 적 교사는 무궁화를 우리들한테 가르치면서 ‘보랏빛 꽃송이’가 함초롬하다라든지 알록달록 소담스레 벌어지는 꽃잎이 어여쁘다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다. 비와 바람에 쉬 떨어지며 길을 지저분하게 한다는 대목을 말했다.


  나라꽃을 가르치는 교사는 왜 나라꽃 무궁화한테서 찾아보는 얄궂거나 나쁘거나 모자라거나 아쉽다 여길 대목을 도드라지게 들려주었을까. 무궁화는 자르고 뽑아도 꿋꿋하게 새로 뿌리를 내리며 자란다고도 말했는데, 이런 모양새하고 한겨레를 어떻게 견줄 만할까.


  시골에서 살아가며 풀을 뜯어먹으며 생각한다. 정구지이든 다른 풀이든, 밑둥을 예쁘게 끊어서 먹으면, 이 조그마한 밑둥에서 새 줄기가 올라온다. 새 줄기가 올라오면 이 새 줄기를 또 끊어서 먹는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집집마다 가득한 감나무와 매화나무와 석류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살살 부는 바람에도 감꽃은 잘 떨어진다. 살살 듣는 빗방울에도 매화꽃이든 석류꽃이든 톡톡 떨어진다.
  가만히 살피면, 어느 꽃이든 가벼운 바람에든 모진 바람에든 떨어진다. 어느 때에는 된바람 칼바람에도 안 떨어지는 꽃송이가 있다. 꽃송이마다 다르고, 꽃잎마다 다르다.


  서른 해 앞서 내가 도시 아닌 시골에서 살았다면 그 교사가 한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서른 해 앞서 그 교사가 도시사람 아닌 시골사람으로서 아이들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다면 어떠한 앎 어떠한 넋 어떠한 빛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을까. 길바닥에 예쁘게 떨어진 함초롬한 꽃송이에 맺힌 물방울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4345.7.20.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