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손

 


  책을 읽는 손으로는 내 어떤 삶을 읽을 수 있을까. 책 또는 글을 쓰는 손으로는 내 어떤 삶을 일굴 수 있을까.


  새벽에 일어난다. 아침에 풀물 짤 생각을 하며 멧풀을 헹군다. 집 둘레에서 자라는 풀을 살핀다. 한 잎씩 뜯어서 씹는다. 씹는 맛이 좋다고 느끼는 풀을 한 대접 뜯는다. 두 손가락을 써서 똑똑 끊을 수 있는 보드라운 풀을 골라서 뜯는다. 마당 한켠에 있는 물꼭지를 틀어 들풀을 헹군다.


  빨래를 한다. 집식구 옷가지를 만지작거린다. 내가 어떤 손길로 만지작거리는가에 따라 이 옷에 깃드는 넋이나 사랑이 달라질 테지. 나 스스로 가장 좋은 손길이 되고, 나 스스로 가장 따순 손품이 되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삶은 내가 좋아하며 걸어가는 삶이리라. 내가 읽는 삶은 내가 사랑하며 어깨동무하는 삶이리라. 내가 좋아하는 길을 가만히 생각한다. 큰 비바람을 몰고 온다는 하늘이 아직 파랗다. 어릴 적부터 큰 비바람에 앞서 바람이 잔잔하기도 하고 고요하기도 한 때를 지나, 하늘이 새파란 때를 지나면, 이윽고 온통 새까만 하늘에 무시무시하게 퍼붓는 빗줄기가 온 땅과 지붕을 내리꽂곤 했다. 해가 있는 동안 집안일을 하고, 모기그물을 찾아 끝방 창문에 붙이자. (4345.7.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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