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의 모험 꼬맹이 마음 27
고티에 다비드 지음, 마리 코드리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날마다 새로운 잔치·즐거운 노래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81] 마리 코드리·고티에 다비드, 《막스의 모험》(어린이작가정신,2008)

 


  둘째 아이를 품에 안고 마당으로 나옵니다. 후박나무 밑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늘은 온통 하얀 구름으로 가득합니다. 비가 퍼붓기도 하다가 비가 그치기도 하다가, 살짝 해가 비칠 듯하다가, 바람이 잔잔히 불다가, 하루에도 숱하게 바뀌는 날씨를 느낍니다. 빗물을 머금은 구름이 있고, 빗물을 안 뿌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이 있습니다.


  아기 옆구리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쥐고는 하늘로 휙 던집니다. 아이가 까르르 웃습니다. 하늘로 올라갔다가 내려온 아이를 두 손바닥으로 착 받고는 다시 하늘로 휙 던집니다. 아이는 또 까르르 웃습니다.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처럼 무척 어렸을 적, 이렇게 하늘로 휙휙 던지며 같이 놀곤 했습니다. 첫째 아이도 둘째 아이도 하늘로 휙휙 던져지는 일을 퍽 좋아하며 웃습니다.


  어쩌면, 나도 이 아이들처럼 어린 어느 날, 내 아버지가 나를 이렇게 휙휙 하늘로 던지며 놀았을까요. 내 형도 이렇게 하늘로 휙휙 던져지면서 시원한 하늘바람을 마음껏 누렸을까요.


  아이들은 나무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 곁에 선 어버이도 나무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나는 볏포기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 곁에 선 어버이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볏포기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들은 멧새와 들새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개구리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풀벌레 노래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아이 곁에 선 어버이도 멧새와 들새 노랫소리를 듣고, 개구리 노랫소리를 들으며,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제비가 들판을 낮게 날며 먹이를 찾는 모습을 서로 바라봅니다. 빗방울 머금은 구름이 흐르며 들판을 간질이는 바람을 나란히 맞아들입니다. 햇살은 구름에 가리지만, 구름 위로 내리쬐는 햇볕은 온 들판을 포근히 감쌉니다. 아이들과 어버이는 고운 빛과 볕을 찬찬히 받아들이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 여우가 한 주 내내 얼씬도 하지 않고, 이웃사촌 곰은 여름 내내 벌집을 건드리지 않았어. 덕분에 닭들은 안심하고 지낼 테고, 나는 앞으로 몇 달 간 달콤한 꿀을 빵에 발라 먹을 수 있을 거야. 좀 있다가 숲속으로 버섯을 따러 가야겠어. 어제는 숫사슴이 와서 내 창문 아래 풀을 뜯어 먹었는데 아마 사슴떼가 가까이 있는 모양이야. 버슷을 딴 다음에 숨어서 사슴들이 나타나길 기다려야지 ..  (2쪽)


  밥을 차리며 생각합니다. 날마다 차리는 밥은 잔치밥입니다. 날마다 좋은 잔치를 누린다 할 만하니까 언제나 잔치밥입니다. 마을잔치나 생일잔치가 있어야 잔치밥은 아닙니다. 좋은 하루를 예쁘게 누리는 눈빛으로 맑게 웃으니까 늘 잔치밥입니다.


  아이들 달래며 노래를 부르다가,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옆에서 함께 부르다가, 아이들 재우며 노래를 부르다가, 늘 부르는 이 노래는 잔치노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누리는 하루일 때에는, 눈짓이고 손짓이고 몸짓이고 모두 잔치입니다. 기쁘게 누리는 삶일 때에는, 말이고 글이고 그림이고 모두 노래입니다.


  찰랑찰랑 논물에서 동동 떠다니는 개구리밥을 들여다봅니다. 개구리밥 사이에서 헤엄을 치고 노래를 하는 개구리를 바라봅니다. 바람에 사그락사그락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볏잎을 바라봅니다. 마당 한켠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 열매를 따먹는 멧새를 올려다봅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 한 마리 부산히 날갯짓을 하는데, 거미줄에서 톡 떨어져 다시 홀가분하게 날아갑니다.


  내가 보는 오늘 이 모습은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모습들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살붙이와 주고받는 이야기는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나누는 말들입니다. 날마다 똑같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밥차림은 같다 하더라도 날마다 다른 밥입니다. 날마다 같은 낱말과 말투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날마다 다른 말입니다. 하루하루 생각이 자랍니다. 조금씩 마음이 큽니다. 사랑은 나날이 곱게 거듭납니다. 꿈은 시나브로 예쁘게 빛납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좋은 꿈을 꾸면서 생각을 짓겠지요. 아이들을 낳아 보살피는 어버이는 어버이 나름대로 좋은 사랑을 다스리면서 생각을 빚겠지요.

 

 

 


  마리 코드리 님 그림과 고티에 다비드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막스의 모험》(어린이작가정신,2008)을 읽습니다. ‘어린’ 막스는 숲속에서 혼자 살아갑니다. 틈틈이 일기를 쓰며 그날그날 누린 ‘새 이야기(모험)’를 찬찬히 적바림합니다.


  즐겁게 밥을 차려서 먹습니다. 즐겁게 숲속을 돌아봅니다. 즐겁게 구름을 타고 날아갑니다. 즐겁게 바느질을 하고, 즐겁게 잠을 자며, 즐겁게 노래합니다.


  막스는 언제나 새 이야기를 빚는 하루입니다. 막스는 늘 새 꿈을 꾸는 하루입니다. 막스는 노상 새 사랑을 노래하는 하루입니다.


  막스는 누구한테서 새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막스는 누구한테서 새 꿈을 물려받았을까요. 막스는 누구한테서 새 사랑을 배웠을까요. 어린 막스 가슴속에 언제나 자리하던 이야기와 꿈과 사랑인가요. 어린 막스는 차츰 어른으로 크면서 가슴속에 고이 모신 이야기와 꿈과 사랑을 한결 아리땁게 북돋울까요. 뒷날 어른이 된 막스는 스스로 누린 이야기와 꿈과 사랑을 막스가 낳을 아이한테 예쁘게 물려주면서 또다른 이야기와 꿈과 사랑을 누릴까요.


  누구나 오늘 하루 잔치이면서 이야기(모험)입니다. 누구나 오늘 하루 노래이면서 꿈입니다. 누구나 오늘 하루 맑은 빛이면서 사랑입니다. (4345.7.17.불.ㅎㄲㅅㄱ)

 


― 막스의 모험 (마리 코드리 그림,고티에 다비드 글,어린이작가정신 펴냄,2008.5.10./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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