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린 만화책

 


  오래 기다린 만화책을 기쁘게 장만해서 읽는다. 그런데 첫머리부터 어딘가 께름하다. 이야기 흐름이 첫머리부터 몹시 늘어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단한 몸을 잠자리에 눕히고는 끝까지 읽는다. 사이사이 아이 오줌바지를 갈아입힌다. 밥을 차려서 식구들하고 먹는다. 빨래를 한다. 손에 다 마르고 겨우 한숨을 돌릴 만한 즈음 마저 읽는다. 그렇지만 매우 따분하다. 왜 이렇게 느낄까?


  그래. 내가 좋아하는 마음으로 읽으려 하던 만화책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작은 아이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꽃피우는 사랑’을 들려주는 이야기책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만화책이 넷째 권에 이르자 그만 ‘작은 마을’과 ‘작은 아이들’과 ‘작은 사랑’을 몽땅 놓치거나 잃는다.


  오래 기다리던 만화책이지만 애써 읽으면서도 즐거운 생각이 샘솟지 않는다. 앞엣권 세 권은 더 장만해서 내 좋은 이웃한테 선물하기도 했는데, 넷째 권을 읽고 나서는 이제까지 이어온 세 권 이야기는 무언가 싶어 쓸쓸하다.


  작은 마을은 참 작아요. 작은 아이들은 참 작아요. 작은 사랑은 참 작아요. 그런데, 작은 마을이라 하지만, 이곳도 마을이에요. 작은 아이들이라 하지만, 이들도 아이요 사람이며 목숨이에요. 작은 사랑이라 하지만, 바로 사랑이에요. 부디 놓거나 놓치지 말아 주셔요. 부디 예쁘게 아끼고 곱게 좋아해 주셔요. (4345.7.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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