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03] 고장말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저마다 누리고픈 삶을 누리고픈 대로 보금자리를 찾아 마을을 일구어 살아갑니다. 보금자리는 조그마할 수 있고 널따랄 수 있습니다. 마을은 자그마할 수 있고 큼직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얼크러지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 마을에서 어우러지는 말을 나눕니다. 한겨레라는 테두리에서 모두 같은 말을 쓰지만, 서울사람과 부산사람 말은 서울말과 부산말입니다. 같은 서울 하늘이라 하더라도 종로말과 은평말이 있고, 같은 은평구 하늘이라 하더라도 갈현말과 불광말이 있어요. 전라말과 경상말이 있습니다. 전라 마을과 경상 마을이 있거든요. 전라 마을에서도 익산말과 구례말이 있으며, 장흥말과 고흥말이 있어요. 내 살붙이 살아가는 고흥에는 고흥읍과 도양읍이 있으며 도화면과 금산면이 있습니다. 도화면에는 신호리와 지죽리가 있으며, 신호리에는 동백과 신기와 원산과 호덕이 있습니다. 신호리에 깃든 작은 마을 동백에는 흙을 일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오순도순 모여 삽니다.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말투를 가만히 들으면 집집마다 다 다르고, 한집 할머니 할아버지 말투도 살짝살짝 다릅니다. 생각해 보면, 큰 테두리에서만 한겨레말이고, 모든 사람은 다 다른 말씨와 말결과 말빛을 뽐내는구나 싶어요. 그리고, 한국땅에 들어온 이주노동자 한겨레말은 이녁대로 다르고, 한국으로 시집온 이들 한겨레말은 이녁대로 달라요. 남녘땅 한겨레말과 북녘땅 한겨레말은 큰 얼거리로 보아서 다르고, 중국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와 일본에서 살아가는 이들 한겨레말은 새삼스레 다릅니다. 스스로 뿌리내려 살아가는 고장에 따라 아기자기하며 살갑고 사랑스러우면서 어여쁜 고장말입니다. (4345.7.11.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