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7.8.
 : 시골 밤자전거

 


- 저녁 아홉 시에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간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첫째 아이한테 얼음과자를 사 주기로 한다. 자전거 앞등을 켜고 마을을 벗어나려 하니 날벌레가 불빛을 보며 잔뜩 달라붙는다. 굽이진 길에서 판판한 길로 바뀔 때에 앞등을 끈다. 그래도 한동안 날벌레가 얼굴에 다다다닥 붙는 소리가 들린다.

 

- 참 오랜만에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비가 오느라, 또 비가 안 오더라도 구름이 가득하느라, 유월 끝무렵부터 칠월 첫무렵까지 맑은 밤하늘을 느끼지 못했다. 맑은 낮하늘조차 만나지 못했다. 구름이 걷히니 낮에 빨래를 말리기에 좋았고, 구름 없는 밤이니 밤별을 누리기에 좋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구름이 있으나 없으나 별을 볼 수 없다 할 만하니까, 오늘처럼 좋은 밤하늘을 누릴 사람은 없으리라.

 

- 조용한 시골 밤길을 달린다. 오늘은 개구리 노랫소리도 거의 안 들린다. 바람이 불어 논자락 볏포기 눕는 소리 또한 안 들린다. 그저 바퀴 구르는 소리만 들린다. 아니, 수레에 앉은 아이들 종알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 조용한 시골 밤길이기에 되도록 불을 끄고 조금 천천히 달린다. 때때로 불을 켜서 길에 사람이 있는지, 길바닥에 무언가 떨어지지 않았나 살핀다. 밤길에 사람을 마주치면 서로서로 깜짝 놀란다. 이 어두운 길에 서로서로 낯설게 부대끼니 놀란다.

 

- 조용한 시골 밤길이 좋다. 도시에서 살 때에 밤길을 꽤 달렸는데, 도시에서도 밤길은 참 좋다. 밤이 되면 낮과 달리 자동차가 무척 뜸하다. 자동차가 무척 뜸한 도시 밤길은 너무 씽씽 달려대서 자전거가 아슬아슬하다 여길 만하기도 하지만, 자동차 없이 호젓하며 조용한 도시 밤길을 달리는 맛은 참 상큼하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자동차가 마구 달릴 걱정조차 없는데다가, 밤하늘 별을 등에 지고, 시원하면서 상긋한 밤바람을 쐴 수 있으니 훨씬 좋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끔 한 차례 시골로 와서 밤에 자전거를 불빛에 기대지 않으며 천천히 달리면 이 맛과 멋과 꿈과 사랑을 몸으로 느끼리라.

 

- 면소재지 가게에서 산 얼음과자를 문 첫째 아이는 말이 없다. 둘째 아이는 일찌감치 잠든다. 아버지는 땀을 줄줄 흘리며 자전거를 달린다. 이제 시골 밤길에 자전거 바퀴 구르는 소리에 내가 헉헉거리는 소리 두 가지가 겹친다. 깜깜한 시골 밤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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