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마음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마실을 합니다. 혼자 자전거를 달리면 무척 홀가분합니다. 아이 하나를 자전거수레에 태우니 꽤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둘이 되어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니 더욱 힘이 듭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자전거를 잘 몹니다. 혼자 달릴 때하고 견주면 무척 느리고 더딘 자전거이지만, 씩씩하게 잘 달립니다.


  수레에 탄 아이들은 끝없이 조잘거립니다. 졸릴 적에는 고개를 까딱까딱 흔들다가 한쪽으로 픽 쓰러집니다. 서로서로 머리를 기대어 잠듭니다. 마실을 나갈 때에는 으레 종알종알 떠들고, 마실을 마치고 돌아올 때에는 으레 조용조용 잠듭니다.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뒷거울로 바라봅니다. 자전거 빠르기를 늦춥니다. 아니, 오늘은 마실을 나갈 적부터 빠르기를 늦추었습니다. 천천히 달렸습니다. 천천히 달린대서 땀이 안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빨리 달릴 때를 생각하면 땀이 하나도 안 난다 할 만합니다.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떤 마음이 일어나,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천천히 자전거 발판을 밟고, 천천히 노래를 부릅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엊그제 자전거마실을 할 적에 첫째 아이가 〈미래소년 코난〉 노래를 불러 달라 해서 부르는데, 숨이 가쁘더군요. 여느 때처럼 자전거 발판을 밟으면 노래를 부르기 힘들어요. 발판을 조금 한갓지게 느긋하게 밟으면 노래를 부를 만하리라 생각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자동차는 지나가지 않습니다. 들바람이 붑니다. 멧자락마다 구름이 깔립니다. 나는 들바람을 쐬고 들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 부르던 자장노래를 자전거를 달리면서 똑같이 부릅니다. 바람에 따라 들풀이 눕고 논마다 볏포기가 눕습니다. 내 목소리는 들풀과 볏포기 사이로 흐릅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노랫소리를 들으며 서로 고개를 기대어 새근새근 잡니다. 노래 여섯 가락쯤 부를 무렵 천천히 집에 닿습니다.


  이제 아이들을 방으로 옮기는 일이 남았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둘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쳇, 수레에서는 잘만 자더니 집에 와서 깨네. 그래, 더 놀고 다시 자라. (4345.7.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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