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7.1.
: 자전거 타며 쓰는 시
- 저녁나절에 두 아이 태우고 면소재지를 다녀온다. 후덥지근한 여름에 아이들을 수레에 태우고 마실을 하면 땀이 철철 흐른다. 수레에 앉은 아이들은 어떠할까. 아버지가 싱싱 달리는 수레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구름 가득한 여름하늘 올려다보고는 눈과 마음을 쉴 만할까.
- 면소재지 가는 길에는 둘째가 꾸벅꾸벅 졸다가 누나 어깨에 기대어 잠든다. 다섯 살 누나는 두 살 동생이 바람 덜 쐬라며 옷을 잘 여미어 준다. 수레에서 동생이 잠들 적에 첫째 아이더러 옷을 목까지 올려 주라고 늘 말하곤 했는데, 곁에서 동생이 잠든 모습을 보고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동생을 잘 챙긴다. 그런데, 면소재지에 들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누나가 잠든다. 어째 조용한가 싶더니 첫째 아이가 고개를 까딱까딱 하다가는 동생 어깨에 기댄다. 동생은 누나 머리가 무거운가. 집에 거의 다 닿을 무렵 까악까악 하면서 운다. 마지막 비알에서 용을 쓰며 둘째 아이한테 얘기한다. “보라야, 네가 잠들 때면 누나가 언제나 어깨를 빌려 주거든. 너도 네 누나가 잠들었을 때에 어깨를 빌려 줘. 누나 몸이 무거워? 이제 집에 다 왔으니까 조금만 견디어 줘.”
- 이마를 타고, 등을 타고, 가슴을 타고, 팔뚝을 타고, 줄줄 흐르는 땀을 느끼면서 마음속으로 시를 읊는다. 바람아, 바람아, 네 가장 고운 목소리를 뽑아서, 이 자전거에 함께 타고 달리는 우리 예쁜 아이들한테, 네 가장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렴, 하고 시를 읊는다. 여러 차례 혼잣말로 되읊는다. 집에 가서 싯말을 가다듬자고 생각한다. 숨이 턱에 닿는다. 하늘을 보고 들판을 본다. 구름이 얼마나 넓고 두껍게 깔렸는가 올려다본다. 몸은 고단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나와 이렇게 달리니까, 저 멧자락 꼭대기마다 가득가득 걸친 구름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차츰 푸른 빛이 짙어지는 들판을 느끼고, 푸른 들판 내음을 곱게 담아 부는 바람을 느낀다. 자동차 없는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리니 좋다. 이 길에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