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혼자 차지하는 마음

 


  면소재지에서 택시삯 고작 오천 원 들여 오 킬로미터 떨어진 발포 바닷가로 마실을 갈 수 있습니다. 걸어서 찾아간다든지 늘 집 앞에서 창문만 열면 바라볼 수 있다든지 하지는 않으나, 이렇게 가까운 곳에 다도해국립공원 바다를 만날 길이 있으니 좋습니다. 마땅한 일이기는 한데, 우리 식구는 이렇게 시골 터전을 신나게 즐기고 싶기에 시골에서 살아갑니다. 이제껏 따로 꿈꾸지는 못했지만, 이제부터 우리 또다른 보금자리가 바닷가에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고즈넉한 멧자락 사이에 포근하게 안긴 호젓한 보금자리에서 살다가, 때때로 바다가 그리우면 바닷가에 건사한 좋은 보금자리로 옮겨 며칠이고 지낸다면 무척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바닷마을 한켠에 저희 보금자리를 따로 마련할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우리는 서로서로 오가면서 좋은 삶을 가없이 누릴 수 있겠지요.


  그리 이르지 않은 아침이지만, 발포 바닷가에 아무도 없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니 오직 우리들만 있습니다. 사람도 없고 자동차도 없습니다. 물결이 일렁이며 내는 솨솨 촤르르 소리만 가득합니다. 바다를 우리 네 식구만 한껏 누리네, 하고 생각합니다. 이 둘레에서 바다를 누리는 사람은 우리뿐이네, 하고 생각합니다.


  바닷가 모래밭을 따라 빙 두룬 후박나무와 소나무도 언제나 이 바다를 누리겠지요. 논밭 가득한 마을 한복판에서는 바람이 거의 안 불지만, 바닷가에서는 바닷바람이 그치지 않습니다. 낮밥을 먹으며 후박나무를 올려다봅니다. 열매가 까맣게 잘 익었습니다. 바닷가 둘레에서 살아가는 멧새는 틈틈이 후박나무로 찾아들어 까만 열매를 맛나게 먹겠지요. 새들도 후박열매를 먹는 동안 기쁘게 바다를 누릴 테지요.


  신을 벗습니다. 맨발로 모래밭을 걷습니다. 바닷물 앞에 섭니다. 스스럼없이 발을 담급니다. 찌르르 시원한 바닷물 느낌이 발가락 끄트머리부터 머리카락 끄트머리까지 올라옵니다. 이 바닷물은 이곳부터 어디까지 이어졌을까요. 이 바닷물은 지구별을 어떠한 품으로 곱게 안아 줄까요. 이 바닷물에 깃들어 숨을 쉬는 목숨은 얼마나 많을까요.


  너른 바다는 사람들 누구나 너른 넋이 되고 너른 사랑이 되어 너른 꿈을 빚으라고 속삭입니다. 따순 바다는 사람들 모두 따순 얼이 되고 따순 마음이 되어 따순 이야기를 나누라고 노래합니다.


  내 좋은 이웃과 동무들이 좋은 바다를 가까이할 수 있기를 빕니다. 내 좋은 곁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셈틀이나 보고서나 자동차나 고속도로나 높은 건물이나 아파트만 들여다보지 말고, 상큼하고 해맑으며 파랗게 빛나 하늘과 하나되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볼 수 있기를 빕니다. (4345.6.2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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