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옆 책읽기
밥상을 차린다. 밥을 먹자고 부른다. 아이가 밥상 옆에서 책을 펼친다. 아이들이 나오는 사진책이다. 밥보다 아이들 사진이 더 마음에 끌릴는지 모른다. 애써 밥상을 차린 사람으로서는 기운이 빠진다. 밥도 책도 아닌 꼴이 되니까. 그런데 나는 이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는 사진을 찍는다. 어느 모로 보면 얄밉지만, 어느 모로 보면 귀엽거든. 내 마음속에 깃든 얄미움이 아이한테 옮을 테고, 내 가슴속에 스민 귀여움 또한 아이한테 이어질 테지. 아이가 좋은 밥을 먹으며 좋은 넋을 추스르기를 꿈꾼다면, 어버이 또한 좋은 밥을 먹으며 좋은 넋을 추스를 노릇이리라. 서로서로 좋은 길을 찾아 좋은 사랑을 빛낼 때에 가장 기쁘리라. (4345.6.26.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