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느낌글
오늘 새벽 드디어 《아나스타시아》 다섯째 권 느낌글을 마무리짓는다. 고작 한 시간이 안 되어 한달음에 적어 내린다. 더없이 마땅한 노릇인데, 내 마음이 맑을 때에는 느낌글 한 꼭지이든 두 꼭지이든 아주 빠르게 쓸 수 있다. 원고지로 치면 스무 장쯤 될 글을 삼십 분 사이에 쓸 수 있고, 원고지로 칠 때에 쉰 장쯤 될 글을 고작 한 시간 동안 쓸 수 있다. 왜냐하면, 마음이 맑으면 생각이 열리고, 생각이 열리면 사랑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니까.
쓰고 싶은 느낌글이 있을 때에는 무엇보다 내 삶을 착하면서 곱게 돌보아야 한다. 읽고 싶은 책이 있을 적에는 언제나 내 삶을 참다우면서 즐겁게 보살펴야 한다. 참답고 즐겁게 읽은 책을 착하면서 곱게 느낌글로 담는다. 나와 내 살붙이가 먹을 밥을 내 땅뙈기에서 짓는다고 생각해 보라. 나는 가장 좋은 사랑과 꿈을 내 땅뙈기에 실어 가장 슬기로운 땀을 흘려야 할 노릇이다. 아무렇게나 읽을 책은 없다. 서평단이 된다거나 거저로 보내 온 책을 읽는대서 느낌글을 척척 써 주지 않는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즐겁게 읽은 다음, 내 사랑이 샘솟으며 기쁘게 쓸 때에라야 비로소 느낌글이 된다. (4345.6.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