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고 난 뒤

 


  앓은 지 엿새가 지난다. 둘째도 첫째도 나도 몸이 아직 제자리를 찾지 않는다. 다만, 처음 앓던 날보다는 조금 수월하기는 하다. 처음 앓던 날과 이튿날과 다음날 또 그 이듬날까지 무엇 하나 할 수 없도록 온몸이 아파 말조차 나오지 않으며 괴로웠다면, 엿새째 되는 오늘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어지러우며 몸이 휑뎅그렁하지만, 한두 시간이나마 잠이 들기는 했다. 지난 닷새 동안 한잠조차 잘 수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나는 지난 닷새 동안 한잠도 안 자려 했는지 모른다. 스스로 왜 아파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서, 잠자리에서까지 나 스스로와 싸우는 나날이었으리라 느낀다. 내가 심은 슬픈 미움싹이나 바보싹이랑 싸우는 나날이요, 내가 뿌린 궂은 생각싹을 맑고 밝게 다스리려고 용쓰는 나날이었다고 느낀다.


  내가 모르게 생기거나 일어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꿈속에서 나 스스로 자꾸 이렇게 바꾸고 저렇게 움직이려 애쓴다. 내 꿈을 나 스스로 빚으려고 용쓴다. 내 꿈이 아무렇게나 흐르지 않도록 다스리려 힘쓴다.


  얼마쯤 걸릴까. 얼마쯤 걸려야 아픈 몸을 추스르면서 아픈 생각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을 열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말문을 예쁘게 틀 수 있으리라. 스스로 생각을 빚을 수 있을 때에 바야흐로 책 한 줄 읽더라도 깊고 너른 꿈누리를 펼칠 수 있으리라. 아이들은 앓고 나면 무럭무럭 자란다는데, 첫째 아이도 여러 날 앓으면서 부쩍 자라곤 했는데, 두 아이 모두 한결 씩씩하고 튼튼하게 자라나려고 앓을 테지. 나 또한 두 아이 어버이라 하지만 아직 철이 덜 든 어른이기에, 훨씬 예쁘며 한껏 푸른 빛을 뿜고자 여러 날 앓으며 새롭게 자라야 하는가 보다. (4345.6.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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