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이마

 


  둘째 아이가 사흘 앞서 몸앓이를 한다. 저녁나절 마당에서 누나랑 놀며 물놀이를 하다가 옷을 흠뻑 적신 채 한참 돌아다니느라 그만 몸이 나빠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일찍 옷을 갈아입혔어야 했는데 잘못했다. 이러고 이틀이 지나면서 첫째 아이한테 둘째 아이 몸앓이가 옮는다. 첫째 아이가 아침부터 밍기적거릴 뿐 아니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더니 자꾸자꾸 바닥에 드러눕는다. 낮밥을 먹고 나서 스스로 자리에 눕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그러나 둘째 아이가 놀면서 자꾸자꾸 떠드니까 그만 깬다. 잠을 더 자야 하는데 깬 아이 몸은 불덩이 같다. 내 몸도 이에 못지않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아침 일찍부터 끝방을 치우고, 풀물을 갈아서 내놓으며, 밥을 차려서 먹이고 먹는다. 이렇게 하고 빨래와 설거지, 또 둘째 똥바지 빨래까지 새로 하고 이불을 빨아서 널기까지 보내고 시계를 본다. 한 시 삼십구 분. 참 잘 견딘다 싶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 이렇게 여러 가지 집일을 맡고자 생각하며 살아가니까 몸이 후끈후끈 달아올라도 이런 일 저런 일을 쉼없이 하지 않느냐 싶기도 하다. 이럭저럭 할 일을 마쳤다 싶으니, 이제 첫째 아이하고 나란히 누워서 두 시간 즈음 끙끙 앓고 싶다. 끙끙 앓고 나서 첫째 아이가 벌떡 일어날 수 있기를 빈다. 첫째 아이 몸이 찬찬히 식으면서 따순 물로 말끔히 씻고 서로 즐거이 놀 수 있기를 빈다. (4345.6.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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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 14: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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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1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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