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
― 사진에 담는 얘기

 


  아이 어머니가 빛종이를 알맞게 자르고 접어 여럿을 한데 그러모아 볼록볼록한 종이공을 접습니다. 누구라도 찬찬히 생각하며 천천히 접고 끼우면 볼록볼록한 종이공을 접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접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바닥에 살며시 올려놓고는 좋아합니다. 발가락 사이에 끼워 어기적어기적 걸으며 아버지한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윽고 종이공이 둘이 되니 손바닥에 예쁘게 올려놓고는 방바닥에 드러눕습니다. 아버지한테 이 예쁜 공 사진으로 찍어 달라고 말합니다. 나는 사진기를 손에 쥐고는 아이가 웃는 사진을 두 장 찍습니다.


  사진 한 장은 사진기를 손에 쥔 이가 찍고 싶을 때 찍으며 태어납니다. 사진 두 장은 사진기를 바라보는 이가 찍히고 싶을 때 찍히며 태어납니다.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은 사진에 찍히는 사람 마음을 따사롭게 보살피며 사진에 찍히고 싶게끔 이끌어야겠지요. 사진에 찍히고 싶은 사람은 사진을 찍는 사람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도록 돌보며 사진을 찍고 싶게끔 이끌어야겠지요.


  삶이 따사로울 때에 사진이 따사롭다고 느낍니다. 사진이 따사롭구나 싶다면 삶이 더없이 따사롭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삶이 넉넉할 때에 사진이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사진이 넉넉하구나 싶다면 삶이 가없이 넉넉하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담는 얘기란 바로 사람들 스스로 아끼며 좋아하고 꿈꾸는 모습이리라 느낍니다. (4345.6.2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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