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자전거 책읽기

 


  시골 할아버지들이 경운기를 몹니다. 짐차를 모는 할아버지가 더러 있으나 으레 경운기를 몹니다. 경운기가 나오기 앞서, 시골 할배나 아저씨는 으레 소를 몰았습니다. 누구라도 으레 소를 몰며 들판으로 나가 들일을 했는데, 어느 무렵부터 자전거가 나타나 한 사람 두 사람 자전거를 장만해 자전거에 삽을 꽂고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자전거라는 탈거리 다음으로 오토바이가 나오고, 오토바이와 함께 자동차가 나옵니다. 짐을 싣는다든지 더 멀리 나간다든지 할 적에는 자동차가 퍽 좋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지구자원이 말라붙는다는 소리가 높은 오늘날까지도 지구자원을 갉아먹는 자동차만 끝없이 나옵니다. 새로 나오는 번쩍거리는 자동차조차 지구자원을 갉아먹는 자동차일 뿐입니다. 지구별을 사랑하거나 아끼는 자동차는 만나기 너무 힘듭니다. 지구별을 갉아먹으면서 겉멋을 뽐내는 자동차만 넘칩니다. 자동차는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온통 나쁜 것투성이입니다. 내 다리와 내 몸이 덜 힘들게 해 준다고 하지만, 막상 자동차가 한 번 지나가면 끔찍한 배기가스가 피어나 내 몸을 망가뜨립니다. 자동차를 만든다며 공장을 돌리느라 내 삶터 물과 바람과 햇살을 더럽힙니다. 자동차 다닐 찻길을 닦는다며 숲을 밀고 들을 밀며 냇물까지 밀어냅니다. 자동차에 넣을 기름을 뽑느라 지구별 곳곳에 구멍이 뚫릴 뿐 아니라, 바다에서 석유를 캐내느라 바다는 아주 지저분해집니다. 캐내거나 뽑아낸 석유를 배로 실어나르느라 커다란 기름배를 만든다며 또 물과 바람과 햇살이 어지러워지고, 커다란 기름배는 기름을 태워 움직일 뿐더러, 참 자주 기름을 바다에 흘립니다. 기름배가 싣고 온 기름, 그러니까 석유는 자동차에 곧바로 집어넣지 못합니다. 정유공장이라는 데에서 다시 기름을 태워 ‘자동차에 넣을 만한 기름’으로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동안 새삼스레 물과 바람과 햇살은 자꾸자꾸 무너집니다. 다 만든 ‘자동차에 넣을 기름’은 또다시 기름을 태워야 굴러가는 커다란 짐차에 실려 온 나라 기름집에 보내고, 온 나라 기름집은 거듭 새삼스레 ‘기름을 태워 얻은 전기’로 불을 환하게 밝히면서 기름을 팝니다.


  여느 사람이 여느 살림을 꾸리며 모는 자동차에 넣는 기름 한 방울은 그냥 기름 한 방울이 아닙니다. 여느 사람이 여느 마을에서 여느 자동차를 몰며 쓰는 기름 한 방울은 그냥 기름 한 방울이 아닙니다. 자동차공장에서도, 기름집에서도, 기름 나르는 짐차에서도, 기름 나르던 짐배에서도, 정유공장에서도, 석유 캐는 나라에서도, 석유 캐는 나라에서 쓰는 기계에서도, …… 그야말로 끝없이 기름을 쓰고 또 쓰는 얼거리가 이어집니다.


  하나하나 돌이켜, 여느 마을 여느 살림집 여느 사람으로서 자동차를 안 몬다면, 자동차를 몰더라도 기름이 아니라 햇볕을 먹거나 물을 먹거나 바람을 먹으며 달리는 자동차를 몬다면, 모든 어지럽고 슬프며 지저분한 굴레를 걷을 수 있겠지요.


  시골마을 흙일꾼 할아버지가 삽 한 자루 자전거에 꽂고는 들판으로 들일을 하러 나옵니다. 자전거는 할아버지 걸음만큼 느립니다. 자전거는 시골 들바람을 시원스레 맞으며 천천히 달립니다. 삽자루 자전거가 달리는 시골 들바람은 맑고 상큼합니다. (4345.6.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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