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책읽기

 


  읍내 문방구에서 산 깍두기 공책에 첫째 아이가 한글 닿소리 하나하나 또박또박 새겨 적는다. 나는 글을 쓸 때에 이렇게 우리 다섯 살 아이처럼 또박또박 꾹꾹 눌러서 쓰지 못한다. 머리에 감도는 생각을 찬찬히 적바림하느라 손을 빠르게 놀릴 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처럼 또박또박 꾹꾹 눌러서 새겨 적을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다면, 나 스스로 내 삶을 아무리 사랑스럽게 적바림한다 하더라도 내 가슴부터 따사로이 품을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본다. 나는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글을 가르치지 못한다. 아이가 제 삶을 글로 쓰는 길 하나를 보여주면서 어버이로 살아가는 내 하루가 얼마나 단단하고 씩씩하며 꿋꿋한가를 되돌아본다. 또박또박 읽고 또박또박 쓰며 또박또박 하루를 누린다. (4345.6.16.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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