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

 


  이리저리 흔들리던 시외버스인데, 갑자기 흔들림이 줄어든다. 순천에서 고흥으로 들어가는 저녁 일곱 시 반 시외버스에는 모두 다섯 사람이 탔는데, 저녁 여덟 시 즈음 되어도 아직 훤한 햇살이 버스 창가로 스며드는 이즈음, 시외버스 모는 일꾼이 등불을 켠다. 시외버스 안이 더 환하게 밝아진다. 아, 시외버스 일꾼인 아저씨는 당신 아들(또는 막내동생)과 같은 아저씨인 내가 시외버스 창가에 앉아 저녁빛에 기대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을 뒷거울로 보고는 내 눈이 다칠까 근심하셨는가 보다(나는 마흔에 가까운 아저씨이고, 시외버스 일꾼은 예순에 가까운 아저씨이다). 고마운 손길, 고마운 마음, 고마운 생각이 천천히 감돈다. 나는 그만 볼펜을 내려놓고 책은 무릎에 올려놓은 채 머리를 걸상에 폭 기댄다. 살작 눈을 감고 쉬기로 한다. 그러나 이윽고 눈을 뜨고 다시 책을 읽는다. 조용히 알맞게 달리는 시외버스 밝은 불빛에 기대어 시집 한 권을 즐겁게 읽는다. (4345.6.1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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