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제비 책읽기
봄을 맞이하던 올 사월에 우리 시골집 처마로 찾아든 제비들이 알을 까고 새끼를 먹여살린 지 두 달이 지납니다. 두 달이 지나며 새끼들은 어엿하게 자라고 이제 날갯짓을 익힐 무렵입니다. 날갯짓을 즐거이 익혀 마음껏 날 수 있을 때에는 어느새 가을이 찾아들 테고, 가을이면 제비들은 하염없이 먼길을 날아 태평양을 건너 따스한 새터로 가겠지요.
날마다 제비 노랫소리를 듣고, 제비 밥차림을 바라보다가, 이제 어미 제비 두 마리가 갈마들며 빨랫줄에 앉는 모습을 누립니다. 두 달째 날마다 서로 바라보고 지냈기 때문인지, 그동안 조금 떨어진 전깃줄에만 앉던 제비들인데, 요즈음은 머리 위로 뻗으면 손이 닿을 만한 가까운 빨랫줄에 앉아 저희 둥지를 바라봅니다.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아서 널며, 부엌에 앉아 밥을 먹으며, 마루에 앉아 아이들과 복닥이며, ‘빨랫줄 제비’를 바라봅니다. 얼굴과 입과 꼬리와 깃과 몸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날씬하고 갸름하며 다부진 제비를 곁에서 지켜봅니다. 어미 제비는 새끼 제비를 바라보고, 나는 어미 제비랑 새끼 제비를 나란히 올려다봅니다. (4345.6.11.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