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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73
바버러 쿠니 그림, 루스 소여 글, 이진영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나한테 주는 선물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72] 바버러 쿠니·루스 소여, 《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시공주니어,1997)
내가 누군가한테 선물을 주고, 누군가는 나한테 선물을 줍니다.
내가 누군가한테 선물을 준다고 내밀 적에, 나한테서 선물을 받을 이녁보다 이녁한테 선물을 주는 내 마음이 한결 뛰며 벅차고 기쁘지 않나 싶어요. 누군가한테서 선물을 받을 때, 이녁은 내가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서 살피기 마련이라 하는데, 이 선물은 다른 무엇보다 내 삶과 목숨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가를 느끼도록 해서 기쁜 일이로구나 싶어요.
모든 선물은 내가 나를 기쁘게 한다고 느껴요. 남한테 주든, 살붙이한테 주든, 동무한테 주든, 풀과 나무한테 주든, 모든 선물은 나 스스로 내 삶을 아름답게 빛내는 손길이 된다고 느껴요.
꽃밭에 물을 주든 뒷밭 고랑에 오줌 거름을 주든 좋은 선물입니다. 봄비가 내리든 봄바람이 불든 기쁜 선물입니다. 밥상을 차리든 밥상을 받든 고마운 선물입니다. 삶은 언제나 선물이에요. 어제 하루도 오늘 하루도 온통 선물이구나 싶어요.
나는 내 어버이한테 선물이었을 테고, 나한테 우리 아이들이 선물과 같겠지요. 그런데 나는 나대로 나한테 선물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대로 저희 스스로 선물이에요.
.. 신기료 장수가 어쩌다가, 농부가 교회에 갈 때에 신는 구두를 고쳐 주는 날은, 맛있는 염소젖이 생겼습니다. 또 어쩌다가, 빵집 주인이 명절에 신는 구두를 고쳐 주는 날은, 바삭하고 커다랗고 맛있는 빵이 생겼습니다. 또 어쩌다가, 푸줏간 주인의 구두를 고쳐 주는 날은, 솥에 고기를 넣고 맛있는 스튜를 끓일 일이 생겼고, 국수와 야채도 생겼습니다 .. (7쪽)
나는 언제나 나한테 선물을 줍니다. 이 선물은 더없이 사랑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 선물은 가없이 끔찍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나한테 좋은 선물도 주지만, 나는 나한테 나쁜 선물도 줍니다. 나는 나한테 가장 빛나는 사랑을 줄 수 있지만, 나는 나 스스로 나한테 가장 지저분한 시샘과 미움과 해코지를 줄 수 있어요.
내가 하는 말은 모두 나한테 하는 말입니다. 내가 남을 헐뜯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하더라도, 이 말은 남을 헐뜯거나 비아냥거리지 못해요. 오직 나 스스로를 헐뜯거나 비아냥거릴 뿐입니다. 내가 남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말을 하더라도, 이 말은 남을 아끼거나 사랑해 주지 못해요. 언제나 나 스스로를 아끼거나 사랑해 줄 뿐이에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하는 옛말대로예요.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고울 때에 나한테 돌아오는 말이 곱습니다. 왜냐하면,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은 바로 나한테 하는 말이거든요.
사랑받고 싶다면 나 스스로 사랑하면 돼요. 남이 나를 사랑하기를 바라거나 기다릴 수 없어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요. 내가 나를 사랑할 때에, 내 곁 내 좋은 이웃과 동무는 즐거이 어깨동무하면서 맑은 사랑을 한껏 북돋웁니다. 서로서로 맑은 사랑을 한껏 북돋울 때에 비로소 내 사랑이 네 사랑으로 옮아 가기도 하고, 네 사랑이 내 사랑으로 스며들기도 해요.
.. 한 달 한 달이 점점 더 힘겹게 전진해 갔습니다. 이건 모두 다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전쟁 때문에 젊은 남자들은 총을 들고 어머니와 아이들 곁을 떠났습니다. 이 골짜기를 지키기 위해서요. 이제 가난한 신기료 장수에게 구두를 고쳐 달라고 할 일도 없어졌습니다. 모두들 교회에 가는 날에도, 밑창은 덜그럭거리고 뒷굽은 닮아지고 구멍과 단추와 끈은 아주 떨어져 나간 신발을 질질 끌고 갔습니다 .. (10쪽)
꿈을 꾸는 사람은 언제나 꿈을 누립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을 나눕니다. 돈을 버는 사람은 언제나 돈을 법니다. 주먹다짐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주먹다짐 쳇바퀴에서 맴돕니다.
어떤 일 때문에 골을 부리거나 짜증을 내면, 골부림이나 짜증내기는 그예 내 곁에서 춤춥니다. 골부림이 차츰 소용돌이가 됩니다. 짜증내기가 천천히 큰 물결이 됩니다.
어떤 일을 겪으며 살짝 웃으면, 웃음은 시나브로 내 삶에서 노래합니다. 웃음은 싱그러우면서 빛나는 몸짓으로 노래하며 내 넋과 말을 어루만져요. 말을 하는 입, 일을 하는 손, 움직이는 몸, 생각하는 마음, 나누는 사랑 모두 하나되어 아름다울 때에 내 하루는 늘 아름다운 빛깔로 반짝일 수 있어요.
좋은 생각이 밑거름이 되어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좋은 생각이 밥 한 그릇 되어 아이들이 자랍니다. 좋은 생각이 물 한 모금 되어 아이들이 우뚝 섭니다. 좋은 생각을 품으라 하는 삶입니다. 좋은 생각으로 아끼라 하는 삶입니다. 좋은 생각으로 살붙이를 보살피라 하는 삶입니다. 좋은 생각이 아닐 때에는 어느 누구보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합니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할 때에는 가까운 살붙이부터 이웃과 동무 모두를 괴롭히거나 들볶는 슬픈 수렁에 빠지고 맙니다.
.. 프리츨은 우린 돼지가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프리츨은 그 작은 남자한테, 얼음처럼 싸늘한 그 파란 눈과 으르렁대는 그 입을 보고 겁에 질려 버렸습니다 .. (20쪽)
바버러 쿠니 님 그림과 루스 소여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시공주니어,1997)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스위스 멧골마을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던 신기료 장수는 언제나 꿈을 꾸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을 드날리거나 무시무시한 주먹힘을 거머쥐려는 바보스러운 꿈이 아니라, 아이들과 사랑스레 하루를 누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늘 고맙게 맞이하는 새 하루를 빛내는 꿈을 꾸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들판을 사랑하는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아늑하며 즐겁던 멧골마을에도 전쟁이 기어들어요. 멧골마을 사람들은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아요. 이 멧골마을을 비롯해 지구별 곳곳에서 권력을 거머쥐려 하는 바보들이 전쟁을 일으켜요. 바보들은 이 멧골마을뿐 아니라 지구별 곳곳을 어지럽혀요. 덧없는 전쟁무기와 군대를 키우고, 젊은 사내들한테 번쩍거리는 군인옷과 무기를 선물하면서, 젊은 사내 스스로 바보가 되도록 내몰아요.
.. 신기료 장수는 “우리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들이구나. 나는 그 이야기가 할아버지들이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티롤 요정) 로린 왕이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딱 오두막 하나만, 딱 한 식구만 골라 찾아와 마법을 부려 자기가 가진 보물을 나누어 준다는 옛이야기가 있단다.” .. (31쪽)
선물은 노상 내가 나한테 할 뿐이에요. 아이들은 노상 아이들 스스로 서로서로 선물하며 살았어요. 가난한 신기료 장수네 세 아이는 형이 동생을 아끼고 동생이 형을 사랑하며 살았어요. 여러 날 굶더라도 혼자 배를 채우려 하지 않아요. 여러 날 굶으면서도 서로를 더욱 따스히 보살펴요. 아버지도 아이들도 웃음을 예쁘게 가꾸어요. 끼니를 건너뛰는 날이 이어지더라도 활짝 웃으며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워요.
이리하여, 스위스 멧골마을 가난한 신기료 장수 네 식구한테 스위스 멧골 요정이 사뿐사뿐 찾아들고, 스위스 멧골 요정은 가난한 신기료 장수 네 식구한테 가장 걸맞다 싶은 선물을 스스로 누리도록 따순 손길을 내밀어요.
선물은 스스로 빚어 스스로 누린다니까요. 사랑은 스스로 빚어 스스로 나눈다니까요. 미움도 전쟁도 슬픈 생채기도 스스로 빚어 스스로 망가뜨린다니까요. (4345.6.10.해.ㅎㄲㅅㄱ)
― 신기료 장수 아이들의 멋진 크리스마스 (바버러 쿠니 글,루스 소여 그림,이진영 옮김,시공주니어 펴냄,1996.11.18./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