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36) 것 49 : 나쁜 게 나쁘다는 걸

 

어떻게 사람은 나쁜 게 나쁘다는 걸 알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나쁜 행위라고 하면 살인을 들 수 있을 거야
《이케다 아키코/김경옥 옮김-열네 살의 철학》(민들레,2006) 178쪽

 

  ‘행위(行爲)’는 ‘짓’이나 ‘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살인(殺人)’은 ‘사람 죽이기’로 다듬을 수 있어요. 생각해 보면, ‘사람죽이기’처럼 한 낱말을 빚을 만해요. 글잣수가 길어진다지만, 누구나 쉽고 환하게 알아들을 수 있다면, 조금 길다 싶은 낱말 또한 얼마든지 새로 지어도 돼요. 즐겁게 쓸 말이요, 사랑스레 쓸 말이며, 알뜰살뜰 쓸 말이에요.


  그런데 이 글월처럼 ‘게’와 ‘걸’과 ‘거’가 잇달아 나오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이 또한 오늘날 사람들이 즐겁게 쓰는 말로 여길 만할까요. 이런 말매무새는 요즈음 사람들이 사랑스레 주고받는 말로 삼을 만할까요.


  먼 옛날 한겨레는 어떤 낱말을 어떤 말씨로 엮어 주고받았을까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백 해쯤 앞서, 삼백 해쯤 앞서, 천오백 해쯤 앞서, 이천삼백 해쯤 앞서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떤 낱말을 어떤 말투로 갈무리하면서 나누었을까 곰곰이 돌아봅니다.

 

 나쁜 게 나쁘다는 걸 알까
→ 나쁜 짓이 나쁜 줄 알까
→ 나쁜 일이 나쁘다고 알까
 …

 

  보기글을 살피면, 앞에서는 “나쁜 게”라 하지만, 곧바로 “나쁜 행위”라고 나옵니다. 그러니까, 앞쪽에 쓴 “나쁜 게”와 뒤에 나온 “나쁜 행위”는 모두 “나쁜 짓”을 가리키는 셈입니다. 다음으로, “나쁘다는 걸”은 한국말 ‘줄’을 옳게 쓰지 못하고 ‘걸’로 넣은 셈이에요. 하나씩 가다듬어 고쳐쓰면 “나쁜 짓이 나쁜 줄 알까”예요.


  이 말꼴을 바탕으로 여러모로 생각을 기울입니다. 얄궂게 쓴 말을 얄궂게 쓴 줄 알까. 슬프게 쓴 글을 슬프게 쓴 줄 알까. 잘못 쓴 말을 잘못 쓴 줄 알까. 엉터리로 쓴 글을 엉터리로 쓴 줄 알까.


  예쁘게 쓴 말을 예쁘게 쓴 줄 알까. 곱게 쓴 글을 곱게 쓴 줄 알까. 싱그럽게 쓴 말을 싱그럽게 쓴 줄 알까. 푸르게 쓴 글을 푸르게 쓴 줄 알까. 

 

 살인을 들 수 있을 거야
→ 살인을 들 수 있어
→ 살인을 들 수 있지
→ 살인을 들 수 있구나
 …

 

  사람들 누구나 좋은 말을 좋게 쓴 줄 늘 느낄 수 있기를 빕니다. 사람들 누구나 맑게 쓴 글을 맑게 쓴 줄 언제나 느끼면서 좋은 사랑 나눌 수 있기를 꿈꿉니다. 사람들 누구나 슬기롭게 쓴 이야기를 슬기롭구나 하고 노상 느끼면서 좋은 노래 부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5.6.6.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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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람은 나쁜 짓이 나쁜 줄 알까? 오늘날 우리 삶터에서 가장 나쁜 짓이라고 하면 사람죽이기를 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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