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할머니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면내까지 한 바퀴 천천히 돌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할머니를 뵙는다. 할머니는 나뭇가지 지팡이를 왼손에 쥐며 땅을 당기고, 비료푸대를 오른손으로 끌면서 집으로 돌아가신다. 할머니는 당신 손에 흙이 묻어 지저분하다며 아이를 안기 꺼리신다. “뭘 줘야 하는데 줄 게 없네.” 하시더니, 나무를 쌓으며 덮은 비닐 한쪽을 북 뜯어, 비닐보자기를 만든 다음 여기에 콩꼬투리 몇 줌 싸서 아이한테 내미신다.


  비닐보자기에 싼 콩꼬투리를 품에 안은 첫째 아이는 아주 좋아한다. “할머니,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아이는 혼자 콩을 까겠다 말한다. 빈 그릇 하나 아이한테 건넨다. 아이는 씩씩하게 콩을 깐다. 그릇에 콩을 제법 담고는 소꿉을 챙겨 그릇에 담고 붓고 옮기고 나르고 하며 논다. 날콩 하나 씹더니 “아이, 맛없어.” 한다.


  아이가 깐 콩으로는 이듬날 아침에 콩밥을 지어야지. 아이가 아직 안 깐 콩으로는 마당 가장자리 꽃밭에 몇 알 함께 심을까 싶다. 아이 스스로 심고, 아이 스스로 돌보아, 아이 스스로 거둘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그러면, 나중에 아이가 콩을 이웃 할머니한테 선물할 수 있으리라. (4345.6.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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