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글쓰기

 


  첫째 아이하고만 살아가던 지난날, 첫째 아이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한 시간 남짓 노래를 부르며 재우려 하더라도 좀처럼 잠들지 않아 몹시 애먹이곤 했다. 어느 때 보면, 나는 한창 노래를 부르다 제풀에 지쳐 잠들었는데, 아이는 말똥말똥 누운 채 꼼지락꼼지락하다가 나를 깨우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 넷이 살아가는 오늘날, 이 흐름이 조금 바뀐다. 식구들이 나란히 잠자리에 누워 한창 노래를 부르다 보면, 첫째 아이 코 고는 소리 색색 들리곤 한다. 어느 때에는 고작 한두 가락쯤 부를 무렵 깊이 잠든다. 조금 더 노래 듣고 자렴, 하는 마음으로 아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지만 깨어날 줄 모른다.


  그런데, 첫째 아이는 잠들어도 둘째 아이가 잠들지 않는다. 둘째 아이까지 재우려고 삼십 분 즈음 쉬잖고 노래를 부른다. 같은 노래를 하룻밤 사이에 부르지는 않겠어, 하고 다짐하면서 줄기차게 다른 노래를 부른다. 그래 봤자, 이듬날 저녁 다시 아이들 재우는 잠자리에서는 어제 불렀던 노래를 되풀이한다. 이듬날 낮 둘째한테 죽을 먹이며 다독일 때에도 으레 부르던 노래를 되풀이한다.


  아이들과 하루 내내 같은 노래를 숱하게 되풀이해서 부르며 생각한다. 노래가락뿐 아니라 노래말이 내 삶으로 착 감기는 노래가 아니라면 부르고 싶지 않다. 예쁘장한 노래말이나 귀엽게 꾸미는 노래가락이라면 부르고 싶지 않다. 깊이 사랑할 만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이들 마음을 따스히 보듬는 노래일 뿐 아니라, 아이들 사랑을 곱게 북돋울 만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이런 노래를 불러야, 노래를 듣는 아이들뿐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어버이 스스로 고단함을 풀고 짜증을 풀며 넉넉하고 따사로운 넋으로 새근새근 같이 잠들어, 이듬날 아침에 서로서로 개운하고 흐뭇하게 새날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4345.6.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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