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96] 꽃읽기
꽃에 둘러싸여 살아가기에 꽃을 읽습니다. 풀에 둘러싸여 살아가자면 풀을 읽습니다. 멧자락 차곡차곡 이어진 멧골에서 살아가면 멧등성이를 읽습니다. 도시에서 살아가면 도시를 읽고, 시골에서 살아가면 시골을 읽어요. 누군가는 신문을 읽겠지요. 누군가는 책을 읽겠지요. 누군가는 지식을 읽고, 누군가는 정보를 읽어요. 누군가는 마음 고운 사람을 읽고픈 꿈을 키울 테고, 누군가는 생각 깊은 슬기를 읽고픈 꿈을 키울 테지요. 사람들이 서로서로 사람을 읽습니다. 내 삶을 일구고, 옆지기랑 살림을 보듬으며 삶을 읽습니다. 글을 읽고 노래를 읽으며 사진을 읽습니다. 그림을 읽고 만화를 읽으며 영화를 읽습니다. 뜨개질을 읽고 빨래를 읽습니다. 걸레질을 읽고 설거지를 읽습니다. 흙을 읽고 나무를 읽습니다. 재벌총수를 읽고 공무원을 읽습니다. 누군가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읽겠지요. 누군가는 가랑잎을 읽거나 감잎을 읽겠지요. 저마다 가장 좋아해서 스스로 누리는 삶자락을 읽는다고 느낍니다. 이런 신문을 읽든 저런 신문을 읽든, 이런 책을 읽든 저런 책을 읽든, 어떠한 읽기이든 곧 이녁 삶이에요. 그래서 나는 내 삶을 사랑으로 북돋울 가장 좋은 벗님이 무엇일까 하고 헤아린 끝에 꽃읽기를 하자고 다짐합니다. 나무읽기를 하고, 풀읽기를 하는 한편, 해맑은 아이들을 읽고 옆지기를 읽자고 새삼스레 다짐합니다. (4345.5.31.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