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노랫소리 들어

 


  이웃집 마늘밭 일손을 한창 거들다가 살짝 쉴 무렵, 다섯 살 아이가 마늘밭 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두 손을 귀에 대고 귀를 기울입니다. 우리 집에 있을 때보다 뻐꾸기 소리가 한결 잘 들립니다. 이웃집 마늘밭 건너 건너가 우리 집인데, 이웃집 마늘밭은 우리 집보다 건너 건너 멧등성이와 가깝기 때문일까요.


  다섯 살 아이는 뻐꾸기 노랫소리를 ‘꺼꾹 꺼꾹’으로 듣습니다. “꺼꾹 꺼꾹 노래해요.” “저쪽 산에 있어.” “어디?” “저어쪽.” “왜 저쪽에 있어요.” “뻐꾸기는 저쪽 산에 집이 있으니까.”


  마늘밭 가장자리에 두었던 사진기를 들어 사진 몇 장 찍는다. 마늘밭 일을 거들다 보면 먼지가 많이 일어 사진기에도 먼지가 많이 스며든다. 천으로 덮었으나, 이렇게 한들 먼지를 꽤 먹겠지. 할머니들은 마늘밭 먼지가 대단해 당신들이 긴옷을 입고 수건을 둘러도 집에 가서 씻을 때에 새까맣다고 말씀한다. 마늘밭에 아이 데려오지 말라 말씀한다. 아이 손에 먼지나 흙 묻는다고 손사래친다.


  그렇지만, 아이는 집에서든 밖에서든 마음껏 흙을 만지고 뒹군다. 마늘밭 먼지라고 대수롭지 않다. 옷은 갈아입히면 되고 손발과 몸은 씻으면 된다. 아이는 음성 할머니가 새로 마련해 준 흰치마를 팔랑팔랑 나부끼며 마늘밭을 이리 달리고 저리 뛰며 논다. 이동안 뻐꾸기는 꾸준히 노래하며 땀을 식혀 준다. (4345.5.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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