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백 살 느티나무

 


  팔백 살하고 마흔 살을 더 먹었으리라 보이는 읍내 느티나무 앞에 선다. 느티나무 그늘은 아주 넓다. 백 사람쯤 자리 깔고 앉아도 모두 그늘을 넉넉히 즐길 만하다. 가지는 높고 나뭇잎은 우거진다. 줄기는 매우 두껍고 딱딱해 누군가 망치를 들어 못을 박으려 하면 못이 휘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손에 망치나 못을 들지 않고서, 그예 맨바닥 맨손인 채, 가만히 팔을 벌려 굵직한 나무줄기를 껴안으며 귀를 대면, 팔백 살하고 마흔 살을 더 먹었으리라 보이는 느티나무 콩닥콩닥 뛰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섯 살 아이가 느티나무를 타고 오른다. 두 살 아이가 느티나무 앞에서 흙을 쓰다듬으며 논다. 느티나무는 수많은 아이들을 보며 살았고, 앞으로도 수많은 아이들이 이 곁을 스치고 지나갈 테지. 느티나무는 사람들이 짓다가 허무는 온갖 집과 다리와 학교를 바라볼 테고, 느티나무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피비린내 싸움과 다툼을 고스란히 지켜볼 테지.


  누군가 느티나무 가지를 자르겠지. 누군가 느티나무 잎사귀를 따겠지. 누군가 느티나무를 사랑하겠지. 누군가 느티나무 곁에서 흙을 일구며 날마다 흐뭇하게 웃는 나날 누리겠지.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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