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짚는 마음

 


  둘째 아이는 어머니 품에 안겨 그림책을 보다가 콕콕 손가락으로 짚습니다. 둘째 아이는 꽃잎을 앞에 두고 만질 때에도 손가락을 하나 내밀어 짚습니다. 돌떡을 맞추어 둘째 앞에 놓을 때에도 손가락 하나 쏘옥 내밀어 꾸욱 누릅니다.


  손가락만 짚어도 알 만하니까 손가락을 짚을까요. 손바닥으로 쓰다듬을 때에 알 만하면 손바닥으로 살살 쓰다듬을까요.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알 만할 때에는 가만히 바라보기만 할까요. 마음으로 느껴 알 만하다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을까요.


  둘째는 손가락을 입에 물곤 합니다. 손가락 하나 입에 물며 무언가 깊이 생각합니다. 맛을 보고 냄새를 맡이며 느낌을 맞아들입니다. 손끝으로 온누리 별과 빛과 꿈이 스며듭니다.


  나는 빨래를 하며 옷가지와 비누와 물을 만질 때에 손끝으로 모든 삶을 느낍니다. 나는 밥을 차리며 칼을 쥐어 푸성귀를 썰거나 국거리를 다질 때에 손끝으로 모든 삶을 헤아립니다. 아이들을 품에 안으며, 글을 쓴다고 자판을 또닥이며, 책을 읽는다며 종잇장 만지며, 물건값 치른다며 지갑을 열어 돈을 꺼내며, 밭에 물을 주고는 흙을 토닥이며, 풀잎 꽃잎 나뭇잎 살살 어루만지며, 언제나 솥끝으로 온 하루를 가만히 아로새깁니다. (4345.5.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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