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손가락은 다시

 


  해가 뉘엿뉘엿 기운 봄날 저녁, 멧등성이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마실을 나온다. 둘째는 수레에 태우고 민다. 자전거수레를 밀수레로 쓸 줄은 몰랐다. 이 자전거수레는 나하고 둘이서 다섯 해 동안 멀디먼 길을 씩씩하게 달려 주었다. 이제는 두 아이를 태우며 마실을 다녀 주니, 새롭게 고마운 밀수레요 아기수레 구실을 한다. 돌돌돌 구르는 수레에 탄 둘째는 이웃마을 돌울타리 장미나무 앞에서 장미잎을 손가락 하나 뻗쳐 만지며 좋아한다. 손가락을 쫙 펼쳐 만질 만한데, 왜 한 손가락만 뻗어 만질까. 아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여러 손가락으로 만질 때보다 한 손가락에 마음을 더 가다듬으며 만질 때에 한결 깊이 느낀다고 떠올린다. (4345.5.1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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