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들

 


  봄을 지나 여름이 다가오는 오월 한복판입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시멘트로 덮이지 않은 곳은 온통 풀밭이요, 이 풀밭을 갓난쟁이가 척척 깁니다. 겨우내, 또 봄내, 갓난쟁이가 시멘트 땅바닥만 기어야 하는 일이 몹시 안타깝다 싶었는데, 이제 둘째는 풀밭을 마음껏 기며 놀 수 있습니다.


  풀은 우리가 따로 심지 않아도 저희끼리 씨앗을 날리며 스스로 자랍니다. 아주 조그마한 풀씨는 아주 조그마한 터에 서로서로 한 뿌리를 내려 얽히고 설키며 자랍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겨루지 않습니다. 저마다 제철과 제때에 맞추어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우며 꽃을 피웁니다. 널리 드러나는 커다란 꽃송이는 거의 없습니다. 가까이에서 눈여겨보아야 비로소 보이는 작은 꽃송이입니다. 이 지구별은 바로 이 작은 풀씨 작은 풀꽃 작은 풀포기가 푸른 기운을 마음껏 뿜으며 싱그러이 푸른 빛깔 나눌 수 있다고 느낍니다.


  작은 풀포기를 먹으며 작은 풀짐승이 살아갑니다. 작은 풀포기가 누는 똥이 거름이 되어 작은 나무들 무럭무럭 자랍니다. 작은 풀짐승을 잡아먹는 커다란 들짐승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풀과 나무와 짐승들 사이에서 저희 보금자리와 터전을 마련해 알뜰살뜰 살림을 꾸립니다.


  제비가 노래하고 들새가 노래합니다. 아이들이 노래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노래합니다. 푸른들은 푸른빛이요, 푸른 멧자락은 푸른 사랑입니다. (4345.5.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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